티스토리에서 블로그스팟(Google Blogger/Blogspot)으로 이사,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들
2023년 8월 31일 늦은 저녁,
블로그에 글 한 편을 마무리했는데 갑자기 어떤 형용할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이것은 편안함 대신 맥이 빠진 듯한 상실감이었다. 뒤엉켜버린 감정 탓에 다음날인 9월 1일부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중증의 브레인 포그(Brain Fog)를 앓는 것처럼 멍한 상태로 며칠을 보냈다.
7월 첫 주부터 시작한 티스토리에서 'Google Blogger'로의 이사는 오랜만에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었다. 그 원동력은 분노에서 기인한 것이라서 마치 자기학대 수준의 채찍질 같았다. 말 수가 줄어들고 기계처럼 집안일을 마친 후 심각한 표정으로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는 모습, 남편은 그저 조심스럽게 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이만큼 노력했으니 기분이 좋을 만도 한데, 허망함을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는 것일까?
사실, 아주 잘 알고 있다. 티스토리에서 내가 겪어야 했던 일들... 그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 친절과 미소로 무장한 가면을 쓰고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있어야 했던 갑갑함. 바보스럽게도 나는 어떤 부정적인 현상을 마주했을 때, 그저 관심을 끄고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멀지 않은 때, 다시 마주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어떤 것'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 블로그 개설 목적은 온전히 내 삶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 COVID-19 팬더믹이 시작되던 시점부터 한국에 폭발적인 붐이 일었다는 '신종 수익형 블로그'에 대해 전혀 몰랐고, 조금 알게 된 지금도 더이상 알고 싶지 않다.
- 블로그 운영에 대한 꿈은 2005년, 20대 초부터 가진 것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을 운명의 날을 기다렸다. 그것이 2022년 12월이었다.
- 오래전부터 다양한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웠고 깨달았고 감사했다. 그들 같은 블로거가 되고 싶었다. 굳은 결심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 한국의 전통, 정겨운 문화였던 '품앗이'가 요즘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변질하였는지에 대해 통탄하는 바이다. 이제는 '맞구독', '맞방문', '서로 이웃', '함께 소통', '함께 성장', '품앗이' 등의 단어를 보면 속부터 메슥거린다.
- 블로거는 무조건 글을 잘 쓰고 완벽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첫 문단만 봐도 글에 진심이 담겼는지 혹은 텅 비어있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격양된 어조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추가 설명
2023년 7월 초, Google Blogger를 시작하며 전 세계의 Google Blogger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글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감사를 담은 인사는 물론 '짧은 댓글'을 남기는 것도 두렵고 힘들다. 혹시 그분들께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짓눌린다. 두 달 전, 한 달 전, 어제, 그리고 오늘도 예외 없이 감사한 분께 드릴 댓글의 내용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2022년 12월부터 2023년 5월 말까지, 인생 첫 블로그였던 티스토리에서 글을 쓰며 행복했다.
그와 동시에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무개념 OOO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 덕분에 '참 많은 것'을 체험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기를 바란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서로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네었으면 좋겠다. 온라인상에서 겨우 한두 번 대화가 오갔을 뿐인데, 종신보험이라도 든 것처럼 인간관계를 강요하거나 당연시하지 않고 모두가 잘 되기를 기원했으면 좋겠다. 단시간 목표 달성이라는 조급함 대신, 먼저 자신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블로그의 본질인 글쓰기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오스트리아 해가 지는 풍경 |
진짜 블로거가 되고 싶다면, 블로거로서 사람들을 지속해서 끌어당길 유일한 힘은 '노력과 정성이 담긴 글'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한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시작된 'BLOG'라는 플랫폼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보다 먼저 '양질의 글'을 올리던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글자'는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