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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3일, 티스토리를 떠날 결심을 했다

티스토리를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Google Blogger, Bolgspot'을 시작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Blogger에서의 한 달을 기념하며 이 글을 다시 꺼내 본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회상한다. Good-bye Tistory!

2022년 12월 22일부터 2023년 6월 3일까지,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지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첫 한 달간은 한 글자를 키보드로 누르는 것도 얼마나 힘들던지, 짧은 글을 한편 완성하는 데 하루 심지어 이틀까지 걸렸다. 무엇을 쓸지, 단어나 문장, 표현이 유치하지는 않은지 별의별 고민에 빠져서 말이다. 매일 한 편씩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포스팅을 겨우 마무리하면 다음 포스팅을 쓰기 전까지 왠지 모를 설렘과 성취감을 만끽하며 행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밝은 분위기의 글도 쓸 수 있었다. 간단한 책 소개 하나에도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글을 쓰는 나마저도 지겨울 만큼 긴 서론을 적어낸 후 '어떤 것'을 소개하는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2023년은 뭔가 다르게 시작하고 싶었다. 결혼생활도 5년이나 지났으니 이제는 사람들 앞에 선보일 수 있는 것들을 쓸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어느-해질녁-비엔나
황금빛으로 물든 풍경

2022년 12월을 기점으로 생을 다하는 날까지, 삶을 기록하고 오스트리아를 소개하며,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을 적어 내려가겠다고 결심했다.

만약 훗날 내가 먼저 사망한다면, 남편이 내가 쓴 글들을 읽으며 우리가 함께했던 삶을 추억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온 여자의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남자의 독일어와 영어. 우리가 아무리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나의 한국적인 것, 그의 오스트리아적인 것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고 이해하며 대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들어 AI가 무서울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불과 몇 년 후면 AI가 모든 언어를 95퍼센트 정도는 정확하게 번역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한 '비극'이나 '아주 먼 훗날'이 아닌, 현재 우리가 함께하는 삶 속에서 남편이 언제든지 내가 쓴 글을 읽고 그의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그 때문일까? 일기처럼 매일 글을 쓰지 못했다.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시간이 충분히 지난 후에, 감정이 마음속에서 만족할 만큼 걸러지고 정제되었을 때 시작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 내려갈 뿐인 블로그에, 애드센스 첫 신청이 바로 수락되었던 순간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중요한 사람에게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AI도 "내 글을 읽을만하다고 평가하는 거구나!", '앞으로 계획했던 것들을 지속해도 된다는 허락' 같았다.

블로그를 하면서 몇 분의 블로거님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수년 동안 일부러 한국에 관한 많은 것들에 거리를 두고 자신을 고립시켰던 나에게, 그 몇 분의 블로거님들은 정말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댓글로 대화가 오고 갈 때마다 늘 남편을 불러 그분들과 어떤 대화를 하는지, 얼마나 기쁜지 재잘거렸다.

일명 '처가',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없는 남편, 환한 얼굴을 한 한국인 아내에게서 듣는 '한국 사람들과의 교류'는 그에게도 즐겁고 가슴이 따스해지는 경험이 되었다. 모니터 속 하얀 화면에 집중해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나를 보던 남편. 무언가에 열중한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블로그를 더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주었다.

2023년 5월은 즐거운 것들에 비중을 두고 포스팅했다. 특히 6월부터는 실시간으로 쓸 수 있는 즐거운 경험과 이야깃거리들이 '개봉박두!' 예정이었다. 노트에 날짜, 포스팅 계획과 제목까지 적어두고 두근두근한 마음뿐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을 아시게 된 시부모님도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좋아진 날씨만큼, 나도 한껏 밝아졌다.

하지만 2023년 5월 31일, 티스토리의 공지를 읽은 후 마음이 복잡해졌다.

티스토리라는 블로그 플랫폼 자체가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까지 생겼다. 다른 티스토리 유저들의 우려와 걱정, 예상에 동의하며 '적어도 10년 이상 티스토리에서 글을 쓰겠다는 굳은 계획'이 흔들렸다. 상실감에 가슴 한구석이 휑하게 비어버렸다.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내가 설정한, 앞으로 운영해 나갈 블로그의 콘셉트로 애드센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나에게 애드센스는, 온라인에서 '글'을 쓴다는 것에 책임감, 그리고 모두에게 읽힐 수 있는 완성된 글을 쓰겠다는 (Self Control) 컨트롤러이자 인증서 같은 것이었다. 며칠 동안 가슴앓이했다. 그동안 얼마나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어 했는지 아는 남편이 나를 더 걱정했다.

글 한 편에 몇 시간, 심지어 눈물까지 쏟아내는 것은 물론, HTML과 CSS에 까막눈임에도 궁금하거나 해결해야 하는 것이 생기면 며칠 내내 검색에 매달리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아내의 감정 상태와 고민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어 준 남편 덕분에, 오랫동안 꿈꾸고 추구해 온 블로그와 글쓰기에 대한 열정에 다시 힘이 실렸다.

올해 하반기까지,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을 줄이고 다른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것이 끝나면 다른 블로그 플랫폼에서 글을 쓰는 것에 도전하게 될 것 같다. 그곳에서는 누군가의 통제나 간섭 그리고 블로그 플랫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더 엄선된 주제와 전문성을 포스팅에 녹여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오스트리아에 대한 글을 쓰면서 참 행복했다. (나의 쿠키 덕분이겠지만) 유럽과 오스트리아에 관련된 광고들이 뜨는 것에 기뻤다. 그래서 글을 더 열심히 써서 블로그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내 포스팅을 즐겁게 읽고 글이 끝나는 하단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오스트리아나 유럽에 대한 광고 배너에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가슴마저 설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무겁고 복잡했던 마음을 말끔하게 정리해 본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일은 '나를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훨씬 성장한 모습으로 오늘 쓴 글을 읽으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과거의 시간, 그 경험'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오래전부터 다른 블로그 플랫폼이 아닌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하고 싶었다. 10여 년이 넘도록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다양한 블로거님들의 글을 읽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나도 꼭 티스토리에서 진심을 담은 글을 쓰며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좋아했던 모습의 티스토리'가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렵다.

P.S. 당시 이 글을 작성한 후에도 깊은 슬픔과 혼란 속에 잠겨있었다.

결국 한 달 후인 7월 초, Google에서 제공하는 Blogger에서 블로그를 개설했다. 겨우 두 달이 지났을 뿐인데 나에겐 마치 1~2년을 보낸 것 같은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직 헤어짐과 떠남에 대한 상처는 말끔하게 아물지 않았다.

하지만 티스토리를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Google Blogger, Bolgspot'을 시작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Blogger, Blogspot에서의 한 달을 기념하며 이 글을 다시 꺼내 본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회상한다.

Good-bye Tistory!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