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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와 독일은 서로 다르다, 독일어와 오스트리아어는 다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서로 달라! 독일어와 오스트리아어는 달라! 결혼 전,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고 두 달 정도 지나자 나에게 독일어를 배워보지 않겠냐며 부드럽게 권유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서로 달라!", "독일어와 오스트리아어는 달라!"

결혼 전,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고 두 달 정도 지나자 나에게 독일어를 배워보지 않겠냐며 부드럽게 권유했다.

우리는 첫 만남부터 영어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각자 영어실력에 나름 자부심이 있었기에 소통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특히 남편은 독일사람, 오스트리아사람이 영어를 할 때 느껴지는 특유의 독일어식 억양이나 악센트를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미국 원어민처럼 구사했다(한 가지 예로 남편은 미국 FOX사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의 골수팬이다).

똑똑한 학생들만 모인 김나지움에서도 라틴어와 영어만큼은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수줍게 자랑하던 남편, 공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할 때부터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도 영어로 작성해야 하거나 이미 작성된 각종 영어 문서들을 자신이 도맡아 작성 및 최종 수정, 교정까지 하느라 피곤하다고 내 앞에서 얼굴을 찡그리며 손으로 이마를 짚는 우스꽝스러운 제스처까지 하며 영어실력을 뽐내던 남자.

그래서 그의 뜬금없는 독일어 공부 권유는 나에게 의아함을 자아내게 했다. 왜냐고 물어도 빙긋 웃기만 하며 대답을 피했다.

'사귄 지 얼마나 되었다고 갑자기 독일어를 공부하라는 건 뭐지? 혹시.....?'

데이트를 하는 횟수가 늘면서 본격적으로 독일어는 어떤 언어인지 설명하더니 얼마 후 독일어를 공부하는데 필요한 책들을 내밀었다. 우선 영어로 설명되어 있는 문법책과 단어책으로 독일어를 경험해 보라고 했다. 독일어는 난이도가 높은 언어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그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었다. 교사나 교수 같은 직업은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다고 했다. 평소 말수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그 어렵기로 소문난 독일어를 독학해야 했는데, 얼마 안 가 지쳤고 점점 포기했다. 어느 날 화가 난 나는 "일명 '그래머 나치'로 불리는 너도 인정한 내 영어실력인데, 왜 자꾸 독일어를 공부하라고 압박을 주는 거야!"라고 그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우리가 결혼하려면 최소 'Deutsch A1 Level'이 돼야 해. 기초적인 독일어 문법을 어느 정도 살펴본 것 같은데, 독일어 학원 등록해 줄게. 공부하고 시험 보자, 그리고 결혼하자."라고 나에게 말했다.

"뭐? 결혼? 그동안 한 번도 지나가는 말로도 물어보지도 않다가, 내가 화나서 따지니까 '결혼하려면 독일어 시험을 봐야 해서 그랬다'는 거야?"

"너만 빼고 내 친구들, 우리 부모님부터 형제자매 다 알고 있었어. 내가 너랑 결혼할 거라는 거."라고 말하며 그는 헤벌쭉 웃었다.

그렇게 나는 본격적으로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오스트리아 남자와 결혼해 오스트리아에서 살게 되었다. 남편은 독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많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독일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이방인인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이에 흐르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 못지않게 주변국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나름대로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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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프라터에서 본 풍경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종종 서로의 나라를 비꼬거나 농담을 하며 티를 낸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서로 가까우면서도 다르다고 말한다. 역사적 인물의 경우 뿌리나 활동시기, 활동무대, 업적등을 놓고 '오스트리아'인지 '독일'인지 구별하는 것에 열을 내기도 한다. 유럽의 다사다난하고 복잡한 역사 속에서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힘과 위상은 무엇이라고 쉽게 단정을 내리거나 결론을 지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연애시절부터 종종 남편에게 독일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안된다고 말했다. 독일어 공부를 하면서 독일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구성해 놓은 독일의 유명한 TV채널인 DW(도이체 벨레)를 즐겨보기 시작했는데, 그 사실을 안 남편은 조금 언짢아 보였다. 그래서 왜 오스트리아에는 독일의 DW채널 같은 오스트리아 독일어 교육용 미디어 매체가 없냐고 물었다. 심지어 유튜브에도 독일의 독일어를 가르치는 채널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의 질문에 그것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뿌리부터 뼛속까지 오스트리아인인 남편, 현지인이자 원어민인 그가 처음으로 외국인의 입장이 되어 보니 아쉬운 것이 많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심슨'이나 '스폰지밥'도 독일에서 독일어 더빙을 마치고 오스트리아에서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 오스트리아의 어린이들부터 젊은이들이 점점 독일식 독일어를 구사하는 것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은 같은 30대를 보내고 있는 '우리', '외국인 아내'인 나를 위해 세대에 맞는 오스트리아의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오스트리아의 문화와 영화, TV프로그램, 음악 등등, 그동안 자신도 잊고 있었다며 더 반가워했다. 남편의 어린 시절을 보고 느끼는 것은 나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우리의 나이는 겨우 한 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남편은 어떻게 그렇게 해맑게 웃는지, 어느새 어린아이가 되어있다.

"자 봤지?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다르지?"라고 말하는 남편. 독일에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그래서 더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그의 질문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정말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오스트리아인의 아내이고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으니 남편에 말에 우선 맞장구를 친다.

"맞아!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달라. 알려줘서 고마워. 오스트리아가 훨씬 멋지고 대단하네!" 나의 말에 남편의 어깨가 으쓱인다.

"앞으로 오스트리아에 대해서 더 많이 알려줄게, 그동안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해. 오스트리아에서 살고 있으니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독일어'를 배워야 해."라고 남편은 말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서로 달라!"

다음 포스팅부터 오스트리아에 대해 하나씩 소개하겠습니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