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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0일, 티스토리와 완전히 이별했다 Good-bye Tistory

며칠 전 집안일을 하는데 문득 티스토리에서 행복했던 6개월이 떠올랐다. 나에겐 마치 6년 같은 긴 시간이었다. 어느 때보다 글쓰기에 몰입했고 몇 분의 블로거님들과 소통하며 즐거웠던 기억뿐이다. 그래서 그것이 겨우 180일 정도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2023년 5월 31일, 티스토리의 자체 광고 공지를 읽고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블로그의 모든 글을 삭제했다.

6월 첫 주부터 모든 검색엔진에 블로그의 모든 URL 삭제를 요청했다. 티스토리를 떠나려 한다는 아쉬움을 담아 신규로 작성한 두 개의 포스팅만 남겨둔 상태였다. 슬픔과 분노, 원망에 사로잡혀 하루의 일과를 마치는 것도 힘이 들었다. 상실감에 마음 한편이 텅 비어버렸다. 도저히 의욕이 생기지 않는, 그런 고통스러운 한 달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7월이 시작되던 어느 날

이미 6월 초에 애드센스 웹사이트에서 계정을 삭제함은 물론, 티스토리 스킨에 넣어두었던 애드센스 광고 코드까지 말끔하게 지웠다. 그런데도 블로그에 '단 두 개 남아 있던 포스팅'에 각각 상,하단으로 2개 이상의 '티스토리 자체 광고'가 게시되는 것을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자체 광고 게시의 이유는 티스토리 초반에 승인만 받아두고 단 며칠 사용한 것이 전부였던 애드핏을 미처 탈퇴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이제는 배신감에 치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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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평온해지는 풍경

결국 모든 조치 후, Google Domains에서 도메인을 구입하여 Google Blogger(Blogspot)를 개설했다.

새로운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 완벽하게 틀을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을 수집해 공부하고 실행했다. 끼니를 걸러도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3주 동안 잠도 아껴가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하지만 Blogger에 첫 포스팅을 마친 후, 그간의 분노와 배신감은 희망과 행복으로 바뀌었다.

결국 7월 초에 일어난 '그 사건'은 한동안 무기력에 빠져있던 나를 깨워 다른 블로그 플랫폼에 도전하는 용기와 추진력의 계기가 되었다. 40살을 코 앞에 둔 지금에서야 인간의 삶과 그 의미, 늘 감사하라는 말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깨달아 가고 있다. 하늘 끝에 닿을 듯 높이 솟아오른 산, 산맥에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다. 이젠 감사할 뿐이다.

이틀 전, 티스토리에 아직도 내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는 블로거님들께 포스팅으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오늘, 나는 티스토리를 완전히 떠났다. 2023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정든 곳을 떠나기 직전, 마우스를 쥔 손이 살짝 떨렸다. 단 몇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6월 초부터 8월 중순 오늘까지 마음고생한 스스로가 미련스럽게 느껴질 만큼 티스토리와의 이별은 간단했다.

이젠 여기, Blogger(Blogspot)뿐이다.

아직 매일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심혈을 기울여 고른 도메인과 잠을 아껴가며 다듬어 놓은 블로그의 템플릿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나를 대표할 인터넷용 이름이 생겼다. 넘쳐흐르는 사랑만큼 무거워진 책임감에 오늘도 나는 '이 멋진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 글을 써보자.'라고 다짐한다.

며칠 전 집안일을 하는데 문득 티스토리에서 행복했던 6개월이 떠올랐다. 나에겐 마치 6년 같은 긴 시간이었다. 어느 때보다 글쓰기에 몰입했고 몇 분의 블로거님들과 대화하며 즐거웠던 기억뿐이다. 그래서 그것이 겨우 180일 정도였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나는 운명론자다.

모든 것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를 원망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것 대신 오늘에 충실할 것이다. 나의 첫 블로그가 되어준 티스토리에 감사를 담은 작별 인사를 남긴다.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2023년 8월 20일
Liebes Tagebuch
Jelinek_L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