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엄마 그리고 음악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음악 장르를 제일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어떤 망설임도 없이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리듬 앤드 블루스(Rhythm and blues), 펑크(Funk), 소울(Soul), 디스코(Disco), 뉴 잭 스윙(New jack swing)등 과 모든 시대와 다양한 장르의 재즈(Jazz)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이들 음악에서 빠지지 않는 특유의 잼(Jam)과 그루브(groove)를 좋아한다.
이런 나의 무조건 적인 '특정 음악 장르' 사랑은 돌아가신 엄마의 영향이 컸다.
기억 속 엄마는 음악과 미술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우리가 살던 집에는 피아노, 캔버스와 미술도구들, 그리고 거실 한편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던 커다랗고 멋있는 오디오 시스템이 있었다. 그리고 진열장에는 동그랗고 검은색인 무언가를 감싼 정사각형의 네모난 종이 커버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엄마가 턴테이블이라고 불리던 기기에 그 검은색의 판/LP를 장착하는 장면을 잊지 못한다. 집에선 늘 물감 냄새와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돌아가신 엄마는 참 멋쟁이였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다했던 것 같다. 일명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신화를 이룬 아버지는 그에 걸맞게 고향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잣집의 애지중지 자란 막내딸'과 결혼했다. 위에 몇 명의 오빠들(아들)만 있던 잘 사는 집의 나이터울이 한참 나는 유일한 딸, 막내딸로 태어났으니 얼마나 예쁨만 받고 살아왔겠는가!
2023년 어느 봄 회색 하늘과 산의 풍경 |
나의 다섯 살 생일 한달 후, 엄마는 내 눈앞에서 갑자기 죽었다.
엄마가 갑자기 사망하기 직전까지 우리는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잠깐 다른 방에 다녀온 사이 엄마는 쓰러져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죽음이 무엇인지 몰랐다. 엄마의 장례를 치른 후, 아버지는 가족이 살던 집과 엄마가 소장했던 대부분의 물건을 아주 빠르게 처분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와 동생을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께 맡긴 후 다른 도시로 떠났다.
아버지는 얼마 남지 않은 엄마의 유품 중 몇 권의 책과 음악이 담긴 몇 개의 카세트테이프를 우리에게 주었다. 할머니 댁에는 카세트테이프를 넣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낡은 플레이어가 있었다. TV는 잘 작동하지 않았다. 나와 동생은 어려서 글자가 빼곡한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라디오나 교회 찬송가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라고 카세트 플레이어 작동법을 알려주셨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다루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엄마가 들었던 음악 테이프를 듣기 시작했다. 엄마가 늘 집에 틀어두던 흥겨운 음악이었다. 한국말은 아니었다. 엄마가 살아있을 때, 엄마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종종 나와 동생의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우리 셋은 발을 구르고 몸을 흔들며 즐거웠다. 그때의 느낌이 생생했다. 행복과 슬픔이 동시에 찾아왔다.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영어실력이 올라갔다. 리스닝도 정말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면서 엄마의 유품이었던 그루브한 리듬의 수많은, 영어로 된 노래들을 다시 주의 깊게 듣기 시작했다. 덕분에 본격적으로 재즈, 디스코, 펑크, 알앤비에 눈을 뜨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평가하고 표현하는 그대로 정말 소울풀(Soulful)했다! 엄마가 생각나서, 멋진 리듬과 감동적인 가사에 감격해서 몇 시간씩 울고 또 울었다.
결국 이 음악들은 나를 살렸다. 그리고 끊임없이 내게 말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최선을 다하라고! 목표는 물론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라고 말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해당 장르의 음악들은 선정적인 가사보다 마음을 치유하고 응원하는 내용이 더 많다. 나는 좋은 가사의 노래들을 선정해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브레인 워싱(Brain Washing)을 하듯 모든 시간을 그 음악들과 함께 했다.
이것은 운명이다. 15년이 지난 후에야 볼 수 있었던 빛바랜 사진 속 절대 잊을 수 없는 엄마의 당당한 모습과 밝은 미소. '엄마가 남기고 간 음악'은 하늘에서 날 지켜보는 엄마가 보내주는 메시지다!
나는 그렇게, 지금까지 해당 장르의 음악들을 듣고 배우며 찾아내고 있다. 이 여정은 죽는 날까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