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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다큐멘터리 오스트리아 사람들 오스트리아 기록물 1980 2000년대 Alltagsgeschichte ORF

어느 날 남편은 나에게 어떤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추천했다. 영상 속 '날 것 그대로의 오스트리아, 빈의 모습'은 나에게 신기함과 새로운 것을 보는 것에 대한 기쁨과, 남편이 가끔 말했지만 차마 설명하지 못했던 "오스트리아의 우울함"이 무엇이었는지 느끼게 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이것은 운명이었을까? 

유럽의 몇 나라를 떠돌다가 '삶의 마지막 여정지'로 오스트리아에 왔다.

너무나도 개인적인 이유일까? 그것은 나의 눈앞에서 숨졌던 엄마의 '당시 나이'와 사망했던 '그 날짜'까지만 살겠다는 오랜 소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엄마의 유품이 된 몇 권의 책 속에서 보았던 그래서 내가 유난히 좋아했던 오스트리아에서 간절히 기다렸던 '그날'을 실행할 때가 가까워져 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어떤 오스트리아인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그날의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다. 거의 30년 동안 잊지 않고 세고 있던 그 날짜를 그 남자 때문에 하루 넘겨버렸다. '그날'은 결국 어제, 과거가 되어버렸다. 그와 나는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어떤 방해나 장애물도 없었다.

그래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오스트리아 남자와 가정을 꾸린 나는 이 나라에서 살고 있다.

평소 답답할 만큼 말 수가 별로 없는 남편이지만 자신의 나라인 오스트리아에 대해 말하거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면 놀라울 만큼 적극적이고 재미있게 그리고 때론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계속 어린아이, 청소년으로 남아 그 시절 속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 빈에서 태어나 이곳에서만 살아온 그의 삶은 이 도시에서 무엇인가가 사라지고 새롭게 생겨나고 변했는지, 거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나에게 어떤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추천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오스트리아, 비엔나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불편하고 우울한 기분도 가져다줄 것이라며 약간의 각오를 하고 시청하라고 했다. 영상 속 '날 것 그대로의 오스트리아, 빈의 모습'은 나에게 신기함과 새로운 것을 보는 것에 대한 기쁨과, 남편이 가끔 말했지만 차마 설명하지 못했던 "오스트리아의 우울함"이 무엇이었는지 느끼게 했다.

남편이 내게 추천해 주었던 TV프로그램의 제목은 "Alltagsgeschichte" 한국어로 풀이하면 '일상의 역사'이다.

Alltagsgeschichte, ORF (1985 - 2006)
오스트리아의 텔레비전 저널리스트인 Elizabeth T. Spira (1942-2019)가 ORF를 위해 1985년부터 2006년까지 제작한 텔레비전 보고서 시리즈이다. Spira는 역사가인 Michael Mitterauer와 함께 '오스트리아의 일상'을 담는다는 콘셉트를 개발하여 주로 공공장소에서 직접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관찰했다.

아래에 첨부한 오스트리아 국영/공영 방송국인 ORF의 링크에 들어가면 "Alltagsgeschichte"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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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tagsgeschichte ORF 구글 검색


시리즈의 대부분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또한 에피소드별로 특정한 주제를 담고 있다. 1985년부터 2006년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 보여지는 오스트리아의 모습은 단순한 TV프로그램이 아닌 오랫동안 기억될 훌륭하고 역사적 가치가 놓은 영상 기록물로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소위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문제를 관찰하는데, 절대 평범하지 않다. 카메라 앞에는 이상한 사람이나 매우 감정적이거나 개인적인 것을 털어놓는 등, 보는 사람들이 거부감이 들 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때로는 상당히 격정적인 정치적 토론도 벌어진다.


프로듀서이자 진행자인 Spira가 직접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하는데, 그녀의 모습은 카메라 앞에 등장하지 않는다.

Elizabeth Toni Spira(엘리자베스 토니 스피라) (출생: 1942년 12월 24일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영국 / 사망: 2019년 3월 9일 비엔나, 오스트리아)

그녀는 오스트리아 텔레비전의 저널리스트로 1985년부터 2006년까지 방영되었던 오스트리아의 국영/공영방송국인 ORF 채널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Alltagsgeschichte(일상의 역사)"의 프로듀서이자 사회자로 오스트리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문화 저널리즘을 위한 오스트리아 국가상, 오스트리아 국립 교육 텔레비전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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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Elizabeth Toni Spira의 사망소식은 오스트리아의 많은 이들을 슬프게 했다



이번에 소개한 Alltagsgeschichte(일상의 역사)는 오스트리아 독일어로 제작된 프로그램으로, 독일어를 완벽히 구사하지 못하는 나의 조건에서 모든 것을 알아듣고 이해할 수 없다는 어려움 등의 한계가 있다.

아직 영어자막이나 더빙이 있는 버전은 찾지 못했다. DVD를 구하는 것도 힘들다. 특히 오스트리아에서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YouTube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저작권 문제로 영상이 삭제되거나, 저작권 침해 등의 이유로 개인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소개하는 이유는 "Alltagsgeschichte(일상의 역사)"는 아시아에서 온 이방인으로서 오스트리아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고 독일어마저도 서툰 나에게 '오스트리아' 그리고 그것을 넘어 '인간의 삶'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고 알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Alltagsgeschichte(일상의 역사)", 나의 진심을 담아 소개한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