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편 그리고 고양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상편)
2주 전이었다.
여느 해와 다름없이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의 정기 검진을 마쳤다. 고양이는 우리가 함께 한지 5년 차에 접어들었다. 고양이는 올해로 11살(입양 당시 동물 보호소 추정 나이 7살-실제로는 나이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함)이 되었다. 동물과 사람의 시간은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입양 첫날부터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 작년 건강 검진 결과에서는 정말 건강한 고양이라고, 고양이를 잘 돌보는 멋진 부부라는 칭찬을 받았었다. 그럼에도, 올해는 본격적으로 노년기에 접어든 고양이의 건강 상태, 검진 결과에 대해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우리가 동물 병원에 방문했던 이른 오전, 늘 그래왔던 것처럼 검사 결과를 저녁 시간에 전화와 이메일로 알려주겠다고 안내받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우리는 작년보다 훨씬 더 초조한 마음으로 휴대전화의 전화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하늘이 많이 어두워진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벨이 울렸다. 남편은 언제나처럼 밝고 멋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통화가 지난해보다 더 길어지는 듯했다. 나는 남편의 안색을 살폈다. 그의 목소리가 조금씩 잠기면서 떨리고 있었다. 전화를 끊는 그의 얼굴,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우리 털복숭이한테 문제가 생긴 거야?"
"......"
"뭐야?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빨리 말 좀 해줘!"
"......"
나의 남편이 입을 열기 직전,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 맺히는 것을 보았다. 감히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눈치를 챈 나는 의자에 앉은 남편의 손을 잡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절규하며 우는 내 모습 때문이었을까? 곧 그의 눈에서도, '마치 안간힘을 다해 눈물을 붙잡고 있던 눈'에 힘이 풀려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우리는 대화도 없이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요란하게 울었다.
우리가 주저앉아 울고 있던 자리가 눈물과 콧물로 흥건해질 무렵, 잠깐 정신을 차리고 고양이가 어디에 있는지 살폈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을 보던 고양이는 평소와 달랐다. 무슨 낌새만 느껴도 치타처럼 쏜살같이 우리 곁으로 달려오는 대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키친타월을 마구잡이로 뜯어 얼굴을 닦으며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는- 공주는 우리의 낯선 모습에 놀라지도 않았는지, 아무 감정도 없는 듯한 눈빛으로 창가의 탁자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다가, 불이 꺼진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공주가 언제부터 아팠던 걸까? 왜 우리한테 티도 내지 않은 거야? 그동안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화장실도 잘 가고 아무 문제 없었잖아! 3개월마다, 아니 매달 건강 검진을 받았어야 했나 봐! 우리가 너무 바보 같아! 우리 고양이 어떡해? 내 새끼 어떡해!"
처음으로 보는 고양이의 차분하다 못해 무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에 놀랐다. 스스로에 대한 커다란 원망과 울분이 나를 산산이 부숴버릴 것처럼 짓눌렀다.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그런데, 두 번째 울음은 곧 잠잠해졌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생각에 집중하려고 크게 심호흡했다. 제발 최악의 상황이 아니길 빌었다. 아직 남편의 대답을 듣지도 않았다. 그래서 작은 희망이라도 있기를 바랐다.
"우리 이제 좀 진정하자, 우리가 우는 모습에 공주가 많이 놀랐을 거야. 의사가 뭐라고 말했는지 알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