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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 은발의 노신사와 개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 남편과 나는 어떤 슬픈 일을 겪으며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우던 나에게 어떤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진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2020년, 락다운(봉쇄, Lockdown)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전 세계에 전염병이 돌았고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가 거의 동시에 락다운(Lockdown)을 시작했다. 내가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일, 인간의 모든 역사를 돌아봐도 동서양 가릴 것 없이 같은 시기에 똑같은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일 것이다. 2020년의 시작과 함께했던 전염병의 기세는 꺼질 줄을 몰랐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기약도 없이 사람들의 발이 묶였고 각자의 집에 고립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다행히 계절의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 봄이 찾아왔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어떤 비극적이고 슬픈 일'을 막 겪은 상태였다. '남자라서', '여자라서'라는 식의 역할과 핑계는 소용없었다. 우리는 잠에서 깨어나 다시 잠에 들 때까지 틈만 나면 울었다. 락다운(Lockdown)과 동시에 본격적인 재택근무에 들어간 남편은 완전히 몰입한 자세로 일을 했는데, 잠깐씩 가지는 휴식 시간엔 종종 소리 없는 눈물을 책상 위로 떨어뜨렸다.

외출 제한 덕분에, 여름이 문턱에 다가왔음에도 거리는 고요했다. 밤에도 마찬가지였다.

잠들기에 최적의 조건인 고요한 밤... 그런데 나는 규칙적으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무거운 슬픔이 나를 짓눌렀다. 눈을 감으면 '슬픔의 이유'가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극한의 피곤함에 다다라 갑자기 잠에 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감은 눈앞에 펼쳐지는 슬픔을 도저히 통제할 수가 없었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늘었다. 정말 조용히 눈만 깜박거릴 뿐이었는데, 어떤 소리라도 났던 것일까?

남편은 잠결에도 내가 잠에 들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 자주 깨어나 나의 상태를 살폈다. 재택근무라고 해도 아침 일찍 업무를 시작하는 남편, 얼마 전 겪은 일로 깊게 잠들지 못하는 남편, 온라인 화상 회의 참석을 위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남편... 그런 그의 옆에서 내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계속 뒤척거릴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독일어 공부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나의 공부방으로 마련된 작은 방은 한쪽 면 전체가 창문이다. 창가 바로 앞에 기다랗고 폭이 좁은 소파를 배치했는데, 평소 그곳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불면증으로 도저히 잠들 수 없는 늦은 밤, 공부를 하다가 머리가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해지면, 내 방 창가에 놓인 소파에 기대어 어둠으로 가득한 바깥을 응시했다. 이런 나를 일부러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밖은 금세 동이 텄다. 밝아지는 하늘과 잠에서 깨어난 새들의 활기찬 지저귐을 듣는 것이 하루의 일과처럼 익숙해졌다. "어둠엔 반드시 빛이 찾아오는구나!" 희망이 다시 찾아왔다. 슬픈 마음도 점점 나아졌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그동안 몸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만큼 피곤하게 만든 후 늦은 아침에야 잠에 들던 것을 이른 저녁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기다렸다는 듯 내 방 책상에 앉아 공부하며 동이 트길 기다렸다. 밝아오는 아침과 함께 들을 음악도 정했다.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이른 아침의 거리풍경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외출 제한으로 거리는 고요했다.

(오스트리아의 봉쇄 기간 중 일터로 가야만 하는 직업 및 개인의 심신을 위한 걷기 및 조깅, 병원, 약국 및 상점 방문, 산책이 필수인 반려동물을 위한 외출 등은 허용됨)

그런데, 겨우 어둠이 가신, 아직도 어둑어둑한 그 이른 아침에, 내가 사는 곳의 맞은편의 아파트에서 플랫 캡(Flat cap)을 쓴 어떤 은발의 키가 큰 노신사가 내 시선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분은 아니다. 한동안 올빼미 생활을 하던 내가 아침을 맞이하며 창밖을 볼 때마다 보았던 분이다.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그분은 언제나처럼 개와 산책하러 나가시는 길이었다. 개로 시선을 옮긴 나는 미소를 멈출 수가 없었다.

개는 상당히 나이가 들어 보였다. 느릿느릿한 걸음이었지만 이른 아침의 조금 서늘한 공기가 마음에 드는지 밝은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었다. 키가 큰 노신사는 자상하게 개의 등을 토닥이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 리드줄을 당기지 않고 개가 먼저 걷기를 기다린 후 개의 걸음걸이에 맞추어 천천히 함께 길을 나섰다. 개는 자주 고개를 들어 노신사를 바라보았는데, 그때마다 노신사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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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돌아 나의 시야에 보이지 않기까지 몇분이 흐를 정도로 느린 모습이었지만 그 덕분에 개와 노신사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내가 개의 나이가 많다고 추측하는 것은 단지 느린 걸음걸이일 뿐, 개의 모질과 건강 상태가 참 좋아 보였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거리가 떨어진, 창문을 통해 보는 나에게도 확연히 보일 정도였다. 노신사의 인품이 저절로 느껴졌다.

얼마나 오랫동안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일까?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얼굴의 근육이 조금 아려왔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