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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 만난 어떤 의사 선생님 1

오스트리아에 살게 되면서 경험하고 있는 많은 일들, 그리고 잠시 스치거나 지금까지 나와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사람들... 그중 어떤 의사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감사를 담아서...

오스트리아에서 결혼하고 1년이 되어가던 무렵이었다.

그동안 해외 생활에서 겪고, 견뎌야 했던 수만 가지의 일들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우울증에 더해져 답답함에 숨이 막힐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으로 정신과를 찾았던 2010-2011년 이후 한번 더 정신과를 다녀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첫 번째 정신과는 한국이었고 모국어인 한국어로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이곳은 오스트리아다. 그 당시 독일어는 A2라서 당연히 잘 못하고 영어는 아슬아슬하게 C1인데, 영어로 진료받을 수 있는 정신과를 찾았다고 해도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지 큰 걱정으로 다가왔다. 나의 마음상태와 언어소통의 고민을 들은 남편은 이틀정도 인터넷을 통해 비엔나의 거의 모든 정신과 홈페이지를 방문해 영어진료가 가능한 병원들 목록을 만들어 가장 빠른 진료일자로 예약이 가능한 곳을 찾기 위해 여러 군데에 문의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날 답장을 확인하는데 단 1군데를 제외한 모든 곳은 3~6개월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2주 후에 상담이 가능하다고 답장을 보내준 병원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이것저것 확인하기 시작했다. 개인병원이었고 의사는 젊은 모습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었다. 나와 남편은 나이도 좀 있고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진료받기를 기대하고 있던 차라 조금 걱정되었지만 그것 때문에 3개월 이상을 기다리다가 나의 상태가 완전히 망가질 것 같아 2주 후 상담이 가능하다고 답장을 해준 병원에 진료를 받기로 했다.

상담을 기다리는 2주 내내 얼마나 초조하고 절박하던지, 나는 한동안 하지 않았던 손톱을 다시 물어뜯고 다리와 몸까지 떨기 시작했다.

Vienna-autumn-cityscape

드디어 상담을 받는 날,

대중교통이 바로 연결되지 않는 곳에 위치한 병원이었고 남편도 나의 첫 진료에 긴장했는지 동행했다. 진료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해 기다리는 시간, 20분이 2시간 같았고 다시 정신과를 찾은 나약함에 대한 분노, 외국생활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패배감에 가득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면서 남편의 팔을 잡고 덜덜 떨고 있었다.

예약시간이 되자 먼저 진료받고 있던 환자와 의사가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환자의 얼굴이 정말 환했다. 활짝 웃고 있었다. 의사는 병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보다 훨씬 밝은 미소로 악수하며 환자를 배웅했다. 한국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일일이 배웅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낯선 기분이 들었다.

배웅을 마친 의사는 우리가 먼저 누구라고 소개하기도 전에 나와 남편에게 손을 내밀어 환대의 인사를 해주었다. 언제 이메일을 보냈고 어떤 내용으로 문의하고 예약했는지, 심지어 우리의 이름과 성씨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불러주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동안 건강 문제 및 상태 확인차 몇 번 방문한 비엔나의 다른 병원들도 한국보다 훨씬 친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과까지? 이곳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분위기가 더 따뜻한데?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나라인 오스트리아이기 때문일까? 의사와 나누는 첫 번째 인사에서부터 내 마음의 병이 치료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이 정말 오스트리아에서 흔한 건지, 내가 정말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남편도 곧 환한 미소로 의사와 악수를 했고 그들의 독일어로 나에 대한 어떤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내가 의사의 안내를 받아 진료실에 들어가기 직전, 한결 밝아진 표정의 남편은 귓속말로 이 의사에게 신뢰가 간다면서 마음 편히 상담하라고 응원해 주었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