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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다섯, 나의 두 번째 새어머니

나의 그리움 다섯번째... 하늘에서 날 지켜보고 있을 엄마에게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꿈이었다. 다시 악몽 같은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취소하고 싶어요. 사실 그동안 ㅇㅇ이 엄마가 제 꿈에 매일 나타났어요. 서럽게 울면서 자기가 떠나면 ㅇㅇ이 아빠 때문에 ㅇㅇ이 죽을 거라고 아직은 떠날 수 없다고 했어요.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지금 제 머릿속에 ㅇㅇ이 엄마의 말이 크게 울려요!

"ㅇㅇ아! 미안하다! 나도 딸이 있는데, 너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나의 두 번째 새어머니는 단정하게 묶인 머리가 사방에 풀어 헤쳐질 정도로 격렬하게 몸을 흔들면서 바닥에 머리를 떨군 채 비명 같은 울음을 터트렸다.

이 나쁜 자식아! 넌 그동안 나한테 거짓말만 했어! 10년 넘게 날 가지고 놀았어!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니 아들딸도 제대로 못 키우면서 너가 감히 내 남편을 하고 우리 애들 아빠까지 하려고 했냐! 나쁜 자식아! 오죽하면 ㅇㅇ이 엄마가 매일 내 꿈에 나타나 우냐!

"니가 ㅇㅇ이 죽이는 꼴 못 본다! ㅇㅇ이 엄마한테 평생 빌어도 넌 지옥 갈 거야!"


나의 고등학교 3학년 어느 날, 아버지는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이자 우리에게 첫 번째 새어머니(내가 6살 때부터 지옥을 체험하게 해 준 악녀)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했다.

13년이 넘도록 아버지는 그 계모의 악독함을 모른척했다. 마찬가지로 폭언으로 우리를 학대했다. - 6살부터 거의 매일 들어야 했던 아버지가 엄마랑 결혼한 것은 단지 지역에서 손꼽는 부잣집의 막내딸이라서, 우리를 언제든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다는 협박, 그리고 고아원, 차라리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했다는 둥.

이혼의 실제, 숨겨진 이유는 다른 여성과의 재혼을 위해서였다. 아주 갑작스러웠다. 아버지는 그동안 손쉬운 이혼을 위해 치밀하게 증거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나와 동생은 계모가 새엄마로 불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13년이 훌쩍 지난 일주일 전까지, 말 그대로 매일매일 영문도 모르고 계모의 기분에 따라 맞고 또 맞았다.

그 증거들을 모을 동안, 아버지는 왜 한 번도 우리의 몸과 얼굴에 든 숱한 상처와 피멍을 모른 척했을까? 왜 오히려 우리 잘못으로 맞은 거라며 훈계했을까?

계모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처절하게 빌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 여자에게 동정심이 들었다. 미안한 마음마저 생겼다. 그래서 그 여자를 끌어안고 제발 이러지 말라고 아버지에게 애원했다. 여자 대 여자로서 계모가 처한 상황에 가슴이 미어졌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끔찍하게 금실이 좋아보이던 아버지와 계모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상황, 절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리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던 아버지의 악마 같은 모습에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나는 잠시 기절했다.


이혼은 조용히 그리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버지는 동생을 데리고 서둘러 이사를 가버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던 나는 살던 지역과 집에 남아있기로 했다. 그래서 혼자 고3 시절을 보냈다. 악독한 계모가 사라져 홀가분했다. 상상할 수도 없던 해방감을 느꼈다. 다른 이들은 고3 때 가정불화가 생기면 학업을 포기한다지만, 나는 고1과 고2 때 포기했던 학업을 만회하려 미친 듯이 공부했다.

수능을 마치자마자 내가 혼자 살고 있던 집을 처분하고 아버지와 동생, 그리고 두 번째 새어머니가 되실 분이 사는 집으로 이사했다. 처음 뵙는 두 번째 새어머니가 환한 미소로 두 팔 벌려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하셨다.

"그동안 엄마 없이 살아오느라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 오늘부터 아줌마가 많이 사랑해 줄게."

bluesky_in_austria

완연한 봄이 왔다. 아버지와 두 번째 새어머니의 정식 결혼을 앞두고, 불교에서 하는 돌아가신 우리 엄마의 천도재를 지내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새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 밝은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분은 무조건 나의 편이 되어주셨고 갓 20살의 여성이 된 나를 위해 많은 것들을 챙겨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불교에서 하는 천도재의 의미를 알고 난 후, 난 펑펑 울면서 새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렸다. 두 번째 새어머니는 나를 꼭 안아주셨다.

돌아가신 엄마를 위한 천도재의 날이 밝았다. 엄숙한 마음으로 천도재를 지낼 장소에 도착했다. 곧 천도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새어머니가 절규하듯 울음을 터트리셨다. 늘 평온함과 미소로 가득했던 그분의 얼굴이 눈물과 함께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를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절대 잊을 수 없어요. 할 수 있다면 꼭 찾아뵙고 싶어요.
아버지를 대신해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나의 두 번째 새어머니!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