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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2019년의 시간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2019년의 12월까지, 우리는 행복하게 바빴다. 30대 중반이었고 여전히 신혼이었다. 매일같이 싸웠지만 밝은 미래를 당연하게 꿈꿨다. 잠에서 깨어나면 상쾌한 공기와 햇살이 있었다. 자유롭게 외출 했다. 사계절이 참 아름다웠다.

2020년 1월부터 지금까지,

나와 남편은 2019년을 우리가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었던 가장 멋지고 자유로웠던 시간이라고 회상한다. 매일매일 그리워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정확히 24번을 세고 '내일'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영원히 그 상태로 정지해버릴 것 같았던 2020년부터 2022년이 쏜살같이 지나 2023년을 맞이했다. 2023년도 어느새 끝으로 향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바뀐 세상의 분위기는, 아시안 여자인 내가 홀로 어딘가를 여유롭게 걸을 자유마저 박탈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오해와 시선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그들이 드러내는 감정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누군가가 화난 얼굴로 내게 다가와 국적을 물을 때, '한국인'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외출하는 것을 포기한 채 갑갑한 3년을 보냈다.

2020년이 그렇게 찾아오지 않았다면, 이미 예쁜 아이를 한 명 낳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대화하는 횟수가 늘었다. 처음부터 확고하게 자녀계획이 없었던 우리지만, 거쳐야만 했던 '상황'을 탓하며 "혹시..."라는 가정을 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운명처럼 2020년에 만나 가족이 된 고양이와의 인연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긴다. 결국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갖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안도한다.

너무나 힘들었던 팬더믹, 그리고 드디어 '그것'이 끝났다고 선포된 2023년.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춥고, 잔뜩 찌푸린 채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렸던 이번 오스트리아의 봄 날씨처럼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차갑게 느껴진다. 누군가가 그랬던가, "앞으로 다시는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여전히 암울한 2023년을 보내면서, 그 '충격적이었던 발언'을 더 이상 부정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잘 적응하며 살아갈 것인지가 문제다.


2019년의 1월부터 2019년의 12월까지,

나와 남편은 참 행복했고 바쁘게 살았다. 30대 중반이었고 여전히 신혼이었다. 매일같이 싸웠지만 부부로서의 밝은 미래를 당연하게 꿈꿨다. 잠에서 깨어나면 늘 상쾌한 공기와 눈부신 햇살이 우리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영영 변하지 않을 것처럼, 여전히 연애 초기의 남녀처럼 멋지게 차려입고 자유롭게 외출했다. 오스트리아의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웠다. 비가 세차게 와도, 추위와 강풍 속에서도 맑고 따뜻해질 날을 기다리며 자연과 삶의 섭리에 감사했다. 비록 저축을 빠듯하게 할지언정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슬픔보다 희망으로 웃을 수 있는 날들이 더 많았다. 정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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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빈 프라터 주변 풍경


2023년 9월 12일,

오스트리아 빈의 날씨는 열린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통해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월도 어느새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오후 동네 산책을 묻는 남편에게 예전 같았다면 양손을 들어 환영했을 나인데, 지난 3년 동안의 삶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내일 산책을 하는 것은 어떻겠냐며 남편에게 묻는다. 이 말은 내가 며칠 전에도, 어제도 했던 말이다.

오늘도 습관처럼 사진첩을 살펴보다가 '2019년에 찍은 사진들과 추억'에 가슴이 짓눌렸다. 소중했던 2019년을 잊지 않기 위해 블로그에 기록한다.

그립다! 이젠 눈물도 나지 않는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더 열심히 살았을 걸, 더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을 것을!
주책맞은 후회만 반복한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