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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절대 잊지 못할 어떤 일주일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사다난한 올해, 그중 절대 잊지 못할 순간을 블로그에 기록한다. 2023년 2월, 나에게 정말 특별했던 일주일에 대한 이야기.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수록 시간은 참 빨리 흐른다.

2023년도 벌써 3월을 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공기도 점점 따스해지고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도 창문 옆 캣타워와 고양이를 위해 높게 설치한 긴 탁자 위 담요에 누워 창문 밖 풍경을 관찰하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남편과 나는 다투는 것을 멈추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런저런 일들로 언쟁을 벌이는 일이 잦았다. 마지막 다툼은 2023년 1월 중순의 일이었다. 변화를 암시하는 신호였을까? 격렬하게 싸웠지만 3시간도 지나지 않아 화해했다. 놀라웠던 것은 다툼을 곱씹게 하는 여운이나 작은 앙금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마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 마음속 한편 크게 자리했던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남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줄었다. 대신 서로를 보고 미소 짓는 날이 많아졌다. 말하지 않아도 뭔가 통한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공허함이 찾아왔다.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낼 수 없었다. 남편은 드디어 내 인생에 여유를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텅 비어버린 공간을 나만의 것으로 채워보라고 했다.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공허함을 여유로움으로 받아들여 보라고 했다.

그런데도 남편의 자상한 대답을 이해하기 힘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집안일을 마치면 침대에 눕거나 탁자에 앉아 멍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남편은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일주일이나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연애와 결혼생활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편이 가게 될 나라는 그의 마음의 고향인 유럽의 어떤 나라였다. 갑작스럽게 정해진 출장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라니! 우린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가 어떤 것도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시기적절한 운명의 시간이라고 동의했다.

고독과 공허를 좋은 것으로 채우는 시간으로 만들자고 약속했다.

이른 아침 출장길에 나서는 남편을 배웅하고 현관문을 닫았다. 기다렸다는 듯 고독이 몰려왔다. 결혼 전 온전히 혼자였던 나의 삶, 처절하게 살았던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터져 나왔다. 첫 이틀 동안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가 놀라지 않도록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나의 슬픈 얼굴을 알아차린 것일까? 고양이는 어느 때보다 더 내 옆에 꼭 붙어있었다.

사흘째가 되던 날, 결국 울음을 터뜨린 내 모습을 본 고양이는 마치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 복슬복슬한 털로 가득한 얼굴을 내 얼굴에 가까이 대고 작은 소리를 냈다. 내 품 안의 따뜻한 체온, 고마워서 더 복받쳐 오르는 감정과 눈물, 그 따뜻한 위로... 우리의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위해서라도 어서 울음을 멈춰야 했다.

our-cat-so-lovely
나와 남편의 소중한 고양이 사랑스러운 털복숭이


다음 날 아침, 언제나처럼 남편과 나의 베게 사이에서 자는 고양이가 일어나는 기척에 맞춰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4시,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후련함과 행복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동이 트기 전의 어둠과 고요의 시간, 책상에 앉아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메일 보관함 속 오래된 메시지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괴롭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과거의 흔적을 하나하나 열었다. 수백 개가 넘는 인생의 순간을 읽는데 격한 감정의 동요가 일어났다.

가장 과거부터 2018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왔다. 그 해의 마지막 이메일은 어떤 역술가에게 상담을 받았던 내용이었다. 그분이 나에게 자신과의 상담내용을 저장했다가 몇 년 후에 꼭 읽어보라고 권유했던 것이 기억났다.

한동안 잊고 있던 것을 다시 읽는데, 커다란 돌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그리고 얼마 전 남편이 내게 했던 말, 이해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대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역술가의 한마디 한마디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023년이 되면 본인도 놀랄 만큼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들어왔던 말처럼, 40살이 될 때까지만 견디세요.
2023년은 40세를 맞이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는 해가 될 거예요.
힘내세요, 그리고 그때까지 버티세요.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