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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독일어 공부를 하다가 우울해졌다

2023년 3월 독일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하반기에 Deutsch B2 level 시험을 보겠다고 몇 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언론사 홈페이지를 북마크 했다. 실시간으로 독일어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하지만...

한동안 놓고 있었던 독일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2023년 하반기에 Deutsch B2 level 시험을 보겠다고 몇 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Deutsch B2에 합격하면 오스트리아에서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2020년에 전 세계에 불어닥친 안 좋은 일들로 거의 집에서만 칩거했던 나였다. 그 사태 동안 한국인인 나를 무조건 '특정 국가 출신'일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단정 짓고 온갖 불만과 인종차별을 숨기지 않던 '아시아인이 아닌 사람'들의 분노에 찬 모습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혼자서 외출을 삼갔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 혼자는 물론 심지어 남편과 외출 시에도 모자와 마스크 심지어 한밤중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다녔다.

2023년 3월 1일부로, 그동안 대중교통 및 주의가 필요한 장소나 상황 등에 여전히 요구되었던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의 FFP2마스크(무조건 FFP2 마스크만 가능) 착용 규정이 해제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오랜만에 홀로 산책을 시작했다. 여전히 선글라스나 모자를 쓰지만, 코와 입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어 행복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나의 삶의 의지를 다시 일으켰다. 그래서 계획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던 독일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독일어 B2시험은 난이도가 높다.

대부분의 사회가 초등학생부터 신문과 뉴스를 보는 것을 권장한다. 모국어 공부는 물론 논리와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영국의 현지 뉴스채널을 알아듣지 못해도 꾸준히 보고 들으라고 배웠다. 독일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부도 현지 미디어를 많이 접하는 것은 필수다.

그래서 전 (구)트위터 (현)X 계정을 만들었다. 오스트리아와 유럽의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일어에 흥미를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몇 곳의 신문사와 뉴스 채널의 홈페이지를 북마크 해두고 수시로 들어가 기사들을 정독하고 모르는 단어와 문장들을 정리해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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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게 훼방을 놓는 우리 고양이 덕분에 책을 펴는 것이 참 어렵다


그러던 몇 달 전, 독일어 공부를 멈췄다. 마치 블랙아웃이 온 것처럼 눈앞이 깜깜해졌다. 독일어 교재의 표지를 보는 것도 괴롭다.

오스트리아인 남편과 시부모님은 내가 남편과 결혼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제부터 오스트리아는 너의 나라다."라고 말(말씀)하며 연고하나 없이 타국에 살고 있는 나를 격려해 주었다. 어릴 때부터 제일 좋아했던 '오스트리아'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지금, 가끔 이것이 꿈은 아닐까 하는 혼동과 기쁨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오스트리아의 현재와 현실을 알아가는 것은 감사하고 진지함만큼의 실망과 절망, 그리고 깊은 우울 속으로 가라앉게 한다.

연애 초기부터 남편은 뉴스를 보고 신문을 읽는 것이 너무 싫다고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뉴스나 신문 헤드라인만 봐도 내용을 대충 짐작할 수 있기에 부정적인 뉘앙스의 것들을 일부러 피했다. 하지만 외국어 수준 최종 목표가 C1~C2인 경우, 그리고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목표로 하는 타국인들의 경우, 해당 나라의 뉴스채널을 보고 신문을 읽는 것은 필수다. 자신이 정착하려는 나라의 구석구석을 알아야 함은 물론 고급 어휘 실력까지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고통스럽다. 이것은 비단 오스트리아만의 상황이 아니다.

현재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온갖 종류의 혹독한 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수많은 보고, 들을 거리와 텍스트 속의 정확한 뜻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점점 두려워진다. 이러다가 몇 년 후에 진짜 인류가 멸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종말론 적인 사고가 생길 정도다. 남편이 즐겨하는 비디오 게임 속 아포칼립스가 곧 도래할 것 같다. 동경하고 선망했던 오스트리아라는 나라. 이제는 더 이상, 나의 마음속에 간직해 왔던 것처럼 눈부시게 반짝이지 않는다.

10여 년 전 필리핀에서 영어어학연수를 하며 IELTS Score 6.5~7점 을 목표로 열심히 CNN, FOX News 등을 시청했고 결국 'Al Jazeera'라는 카타르/아랍권 뉴스채널까지 시청하게 되었다. 미국의 시각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도 그 당시의 상황을 알고 싶었다. 4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나는 크게 울었고 더 이상 TV를 보지 않았다. 그 당시 이란의 핵개발로, 이란 대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최고조인 상태였다. 매일,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전쟁의 가능성과 갈등을 긴박하게 다루는 미디어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2023년 현재, 10여 년 전의 그 악몽 같던 순간을 다시 맞이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머리는 물론 마음까지 정지해 있었다. 이번엔 눈물을 흘리거나 시원하게 울어버리는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며 하소연하는 지금도 어떤 것도 명료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해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 대뇌변연계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는 편도체를 잘라버리고 싶다.

언제쯤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까? 늦어도 내년 봄엔 꼭 독일어 B2 시험을 봐야 하는데!
유난히 감정이 풍부한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오스트리아를 알아가고, 독일어를 공부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