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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인기 TV 드라마, 오스트리아 90년대, 오스트리아 범죄수사, 오스트리아 경찰, Kommissar Rex, ORF

남편의 어릴 적, 오스트리아를 넘어 유럽전역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드라마라는 자부심은 물론 그도 무척이나 좋아했던 드라마여서 일까? 남편은 나의 호들갑과 탄성을 오히려 즐기는 듯했다.

"여보! 빨리 와! 드라마 볼 시간이야!!" 


2019년 어느 날부터 30대 중반의 기혼여성은 저녁식사 후 서둘러 정리를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남편에게 여기로 오라며 애타게 부르기 시작했다. 스마트 TV의 오스트리아의 국영/공영방송 채널인 ORF TV APP을 열어 라이브(생방송) 아이콘을 누르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어떤 노래, 그것은 내가 하루종일 기다렸던 어떤 오스트리아 드라마의 주제가였다. 

90년대의 오래된, 지금은 촌스럽게 느껴지는 주제가와 함께 보여지는 인트로 영상은 매일 봐도 새롭고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매번 주제가를 따라 부르며 소파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기도 하고 남편의 팔을 잡고 어깨에 기대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드라마가 시작되면, 주연배우가 너무 잘생겼다고 호들갑과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남편의 어릴 적, 오스트리아를 넘어 유럽전역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드라마라는 자부심은 물론 그도 무척이나 좋아했던 드라마여서 일까? 남편은 나의 호들갑과 탄성을 오히려 즐기는 듯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도 TV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그 시절 많은 수의 어린아이들이 크면 형사가 되겠다고 장래희망을 정했다고 한다.

남편도 같은 꿈을 꿨다고 했다. 드라마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며 얼굴이 발그레 미소 짓는 남편이 귀여워서 그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나와는 정반대의 어린시절을 보낸 남편이 부러웠다. 동시에 마치 나도 남편의 추억 한켠 아이의 모습으로 아이인 남편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빛바랜 사진에서 봤던 남편의 연갈색 곱슬머리 장난꾸러기 아이 시절 모습이 떠올랐다.

남편과 연애시절부터 결혼 초까지,

이미 나는 오스트리아 이전에 거쳐왔던 유럽의 몇 나라에서의 생활 및 여러 가지 일들로 많이 지쳐있었다. 결혼 후에는 함께하는 삶은 물론 스스로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 스스로 가정을 꾸렸는데 덜컥 겁이 났다. 한없이 불안했다. 혼자일때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무엇때문일까? 인생의 동반자가 생겼다는 안도감 만큼 무거운 책임감에 감정의 고삐가 풀렸던 것일까?

유럽은 개인주의가 보편적이다. 나 또한 누구에게 의존하는 성격이 아니다. 지금까지 남편은 변함없이 나에 관한 것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남편에게 사사건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기에 일부러 신경 써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늘이 가득했던 내 모습을 본 남편은 결혼 후 독일어를 공부하며 집에만 있던 나에게 여러 가지를 제안했다.

그중 30대 중반인 우리 세대에 맞고, 즐겁고 부담 없이, 오스트리아 독일어 리스닝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추천해준 '어떤 드라마'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드라마의 이름은 'Kommissar Rex'이다.

영어로는 'Inspector Rex'로 알려져 있다. 한국어로는 '렉스 경위'로 부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서 'Rex(풀네임: Reginald von Ravenhorst)'는 경찰견의 이름이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범죄를 수사하고 소탕한다는 콘셉트의 작품이다.

Peter Hajek과 Peter Moser가 제작한 오스트리아 경찰/범죄수사 TV 시리즈로 오스트리아의 국영/공영 방송채널인 ORF1에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방영되었다. (이후 이탈리아와 합작하여 2008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이탈리아-오스트리아 버전으로 방영 후 종영했다. 이때 오스트리아 비중은 낮았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Hudson & Rex라는 타이틀로 제작되었다.)

Kommissar-Rex-google-search
구글에서 검색


오랜 시간 유럽전역은 물론 서구권의 여러 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여러 개의 시즌으로 이어지는 탓에 주인공이 다른 배우로 자주 바뀌는데, 남편은 오직 한 명의 오스트리아 출신 배우가 출연했던 에피소드들/시즌까지만 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했다. 그 주연배우 이후 어떤 '독일 출신의 배우'가 주연을 맡았는데 남편은 더 이상 오스트리아의 것이 아니라고 조금 비아냥 거렸다.


Kommissar Rex 시즌1부터 시즌4(에피소드 4편)까지 열연했던 "오스트리아출신의 배우"의 이름은 'Tobias Moretti'이다.
Tobias Moretti(1959년 7월 11일 Gries am Brenner 출생)는 오스트리아의 연극 및 영화배우이다. 연극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해 TV시리즈 Kommissar Rex로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연극, 드라마, 영화 등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의 국민배우'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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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missar Rex 시즌1부터 시즌4(에피소드 4편)까지 'Richard Moser'(1994–1998)라는 이름의 형사 경위(주연)로 열연했다. 연기력은 물론 외모가 정말 멋있다. 한동안 이 배우에 빠져 그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을 챙겨봤다. 현재는 흰머리에 나이가 많이 든 모습이지만, 여전히 이 배우를 볼 때면 설렌다. 


'Kommissar Rex'의 공동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찰견, 역시나 잘생긴 저먼셰퍼드 'Rex(Reginald von Ravenhorst)'의 소개도 빼놓을 수 없다.
매회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다. 동물의 활약상을 담은 드라마나 영화는 별로 볼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 'Rex'의 연기는 큰 충격이었다.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연기까지 한다. 극 중에서도 사람들보다 똑똑한 설정으로 나오는데, Rex의 도움 없이는 수사를 시작하기가 힘들고 깔끔하게 해결하지도 못하는 형사와 경찰들이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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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주인공과 동물 주인공 모두 각자의 슬픈 사연을 겪은 후 운명처럼 만나 깊은 결속력을 가지고 언제나 함께하는 멋지고 유머도 담긴 이야기. 실제 극의 무대인 90년대 오스트리아 빈의 구석구석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Rex'는 당시 남녀노소 구분 없이 큰 인기를 끌었고 실제로 저먼셰퍼드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했다.

남편에게 선물 받은 Kommissar Rex DVD는 앞서 언급한 '이유'로 시즌 4까지만 있다.

하지만 시즌4는 에피소드 4로 끝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국민 배우 'Tobias Moretti'가 연기한 형사 경위 'Richard Moser'의 이야기는 시즌4, 에피소드 4로 끝이나고 바로 다음인 에피소드 5부터 다른 형사 경위가 빈의 경찰청으로 부임해 온다.


새로운 형사 경위, 그는 독일 출신 배우인 'Gedeon Burkhard(1969년 7월 3일 독일 뮌헨 출생)'이다. 그는 'Alexander Brandtner(1998–2001)'라는 이름으로 연기한다.
DVD를 선물 받기 전 TV에서 새로운 형사 경위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보게 되었다. 'Alexander Brandtner'역을 맡은 'Gedeon Burkhard'가 처음으로 등장하던 장면은, 그동안 잘생겼다고 호들갑을 떨며 좋아했던 전임 형사 경위 'Richard Moser(Tobias Moretti)'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슬픔을 바로 잊게 할 만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멋짐과 스포티함, 그리고 섹시함을 가득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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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는 웃을 때 미소가 참 매력적이다. 영상으로 보면 더, 정말 멋있다!)

독일 출신 배우라며 투덜거리던 남편과 함께 보던 중이라 어떤 것도 표현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감탄을 억누르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Kommissar Rex DVD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보라고 추천한다.
재미는 물론 오스트리아/빈의 90년대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생활상을 볼 수 있어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영어 더빙이나 자막여부는 확실히 알 수 없다(우리의 경우 오스트리아에서 DVD를 구입했는데, 영어 자막은 커녕 독일어 자막도 내장되어 있지 않았다).


오스트리아가 만든,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그 후 2010년대 중반까지) 전유럽과 서구권의 여러 나라를 매료시킨 정말 잘 만든 범죄수사 드라마 'Kommissar Rex' 소개를 마친다.

오스트리아에 관심이 있거나 좋아한다면 'Kommissar Rex' 꼭 보세요!!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