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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TV 드라마, 오스트리아 70 80년대 범죄수사물, 오스트리아 경찰, Kottan ermittelt, ORF Austria

어느새 나는 Kottan ermittelt의 열성팬이 되었다. 나는 오래된 것들을 정말 좋아한다. 매 순간 동경하는 그 시절, 오래된 시간 속에 하루라도 살아봤으면 하는 꿈을 꾼다. Kottan ermittelt을 볼 때면 그 소망이 더 간절해진다.

"여보, 이리 와봐 보여줄 것이 있어!"


몇 년 전 어느 날,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남편이 다른 방 책상에 앉아 있던 나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감히 "무엇 때문이냐"라고 물어볼 수 없는 뭔가 강한 행복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래서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거실로 향했다.

남편은 TV로 YouTube를 보고 있었나 보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어떤 영상이 정지해 있었다.

"뭘 보고 있었길래 그렇게 행복해?" 남편에게 물었다.

"이게 YouTube에 있을지 몰랐는데 있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했는데." 남편은 여전히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뭔데? 얼른 재생해 봐!"

"그동안 Kommissar Rex(코미사 렉스) DVD 다 보고 나서 비슷한 드라마 없냐고 물어봤었지? 이건 코미사 렉스의 삼촌이나 아버지뻘 범죄수사 드라마랄까?"

"진짜?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더 오래된 범죄수사물이라는 거지? 오래된 것은 언제나 환영이야!" 나는 기대를 감출 수 없었다.

짧게 손뼉을 치며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그의 옆에 앉았다. 남편은 TV 리모컨을 눌러 화면 속 정지해 있던 YouTube영상을 재생시켰다. 남편은 먼저 독일어가 서툰 나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다.

그것은 'Kottan ermittelt'라는 제목의 오스트리아 국영방송채널인 ORF TV 드라마의 하이라이트와 재미있는 부분을 모아 만든 Clip이었다.

Kottan-ermittelt-google-search
구글에서 검색한 Kottan ermittelt

'Kottan ermittelt'(영어 제목: 'Kottan Investigates') 여기서 'Kottan'은 주인공의 이름이고 'ermittelt'는 determined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단어이다.

오스트리아의 국영방송국인 ORF에서 제작하여 1976년부터 1984년까지 방영된 범죄수사 텔레비전 시리즈이다. 그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교사, 작곡가, 작가까지 다재다능했던 'Helmut Zenker'(1949년 1월 11일 St. Valentin - 2003년 1월 7일 Wien)가 아이디어를 낸 것을 시작으로 시나리오까지 모두 담당했다. 감독은 'Peter Patzak'(1945년 1월 2일 Wien - 2021년 3 월 11일 Krems an der Donau)이다.

Kottan ermittelt의 시나리오 작가인 'Helmut Zenker'는 1974년 비엔나 경찰 소령 아돌프 코탄 에 대한 최초의 범죄 이야기를 썼다.
이 이야기는 오스트리아의 방송국인 'ORF-Landesstudio Niederösterreich'와 독일의 방송국인 'SWF'이 라디오 극 으로 공동 제작하여 1976년 봄에 처음으로 방송되었다. 또한 같은 해에 ORF 채널에서 TV 극 으로도 제작했는데, 이는 오스트리아에서 경찰의 업무가 묘사되는 방식에 대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극의 내용 및 배우들의 연기가 호평받았고 마침내 본격적인 TV드라마 시리즈로 주목받게 되었다. 주로 슬랩스틱 코미디 요소를 이용해 일상적인 경찰 생활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아내고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방송된 1976년 8월 8일, ORF 방송국에 수백 건의 거친 항의전화가 몰아쳤다. 하지만 논란의 크기만큼 커진 인기덕에 1980년부터 Kottan이 결정 되어 독일의 ZDF 채널에서도 방송되었다.

Kottan ermittelt의 특징 중 하나는 시도 때도 없이, 혹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예측이 불가능한 개그다.

시청자가 드라마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만큼, 특히 상황과 인물들의 무겁고 진지하게 묘사된 장면을 주의 깊게 볼수록 갑작스럽게 큰 웃음을 터지게 하는 요소들이 많아진다. 외국인인 나의 입장에서, 대부분의 장면에서 정말 웃어도 되는 건지 모르는 혼란의 시간을 먼저 보낸 후 박장대소하며 웃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스트리아가 가진 어둡고 신랄한 뭔가 복잡한 유머', 꼭 집어 단어로 표현한다면 '오스트리아식 블랙코미디'라고 했다.

Kottan ermittelt는 총 1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인 'Adolf Kottan'역을 맡은 배우는 총 3명이다. Adolf Kottan 역을 연기한 첫번째 배우는 'Peter Vogel'(에피소드 1-2) , 두번째 배우는 'Franz Buchrieser'(에피소드 3-5) 세번째 배우는 'Lukas Resetarits'(에피소드 6-19)이다.

그중 나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진짜 'Adolf Kottan'이라고 생각하는 배우가 있다.
그의 이름은 'Franz Buchrieser'(1937년 12월 26일 Graz 출생)로 오스트리아의 배우이자 작가이다. 현재까지 TV와 영화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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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Buchrieser'는 Kottan ermittelt의 총 19개의 에피소드 중 3부터 5까지, 짧게 Kottan을 연기했다. 
그래서 'Kottan ermittelt'속 그가 연기하는 'Adolf Kottan'을 좋아하는 우리에겐 매우 아쉽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 배우의 다른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봤다. 덕분에 오스트리아에 사는 이방인인 내가 '오스트리아 문화'에 빠르게 가까워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아래의 링크는 오스트리아 국영/공영방송사인 ORF 에서 'Kottan ermittelt'을 소개하고 있다. DVD 판매도 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ORF 홈페이지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스트리아에 거주한 지 아직 10년도 되지 않은 나에게 'Kottan ermittelt'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오래전에 아주 흔했다는 오스트리아 특유의 퉁명스럽고 내지르는 듯한 차가운 말투 그리고 비엔나 사투리까지. 드라마를 보는 초반, 한동안 드라마 속 인물들이 다투는 것인지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시종일관 대화는 크고 거칠었고 말의 속도마저 빨랐다.

그런데 독일어에 서툰 나의 눈에도 드라마의 재미있는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점점 인물들의 딱딱한 표정과 말투에 익숙해졌다. 심각하거나 진지한 장면에서도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개그에 빠져들었다.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오스트리아 특유의 '블랙 유머'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였을까? 어느새 나는 Kottan ermittelt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나는 오래된 것들을 정말 좋아한다.
매 순간 동경하는 그 시절, 오래된 시간 속에 하루라도 살아봤으면 하는 꿈을 꾼다.
Kottan ermittelt을 볼 때면 그 소망이 더 간절해진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