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딜런 모란 Dylan Moran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에 다녀왔다
딜런 모란의 등장에 사람들은 한참 동안 환호를 그치지 않았다. 50대에 접어든 그는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보다 연륜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이미지와 눈빛, 유머는 여전했다. 딜런 모란의 시니컬한 농담엔 왠지 모를 따스함이 있었다.
2023년 2월 초 어느날,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남편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국의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딜런 모란(Dylan Moran)이 2023년 3월 4일, 오스트리아 빈에 공연을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 딜런 모란(Dylan Moran)이 오스트리아에 올 것이라곤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뛸 뜻이 기쁜 우리는 바로 함께 공연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까진 한 달에 한 번씩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관람하던 남편과 나, 2019년 늦가을엔 미국의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Louis C.K.의 공연을 보기 위해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올 정도로 유독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에 진심인 우리였다.
2020년부터는 외출을 줄였던 터라 갑갑하고 우울했다. 그러던 중 2023년 3월 1일부로 오스트리아 빈에 여전히 일부 적용되고 되고 있던 마스크 착용 규정이 해제되었다. 3월 4일 딜런 모란(Dylan Moran)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향하는 저녁, 아직 겨울의 차가움이 가시지 않았지만 어느 때보다 가볍고 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처음으로 딜런 모란(Dylan Moran)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그가 소장하고 있던 어떤 영국 TV드라마 시리즈 DVD를 시청하게 되면서부터였다.
블랙 북스(Black Books)라는 제목으로 2000년 9월 29일부터 2004년 4월 15일까지 영국의 방송사인 '채널 4'에서 방영했던 코미디 드라마, 일명 '영드'다. 서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괴짜사장과 주변인물들의 골 때리고 재미가 넘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딜런 모란은 주인공 역인 서점의 괴짜 사장을 연기했는데, 역시나 괴짜같은 주변인물들과 벌어지는 일을 영국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로 풀어낸다. 영국인, 영국문화에 낯선 외국인 구분없이 시청자들을 점점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코미디 드라마다.
딜런 모란(Dylan Wiliam Moran)은 (1971년 11월 3일 출생) 아일랜드 태생의 코미디언, 배우, 작가, 예술가 및 시인인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학창시절부터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심이 많았다. 16세에 (학업중단)학교를 떠나 20세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92년에 시작한 스탠드업 코미디는 시작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24세였던 1996년에 받은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Perrier Comedy'상은 역대 두번째 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되어있다.
또한 딜런 모란은 1998년부터 TV와 영화 노팅힐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연기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0년, 영국의 공영채널인 Channel 4에서 그의 10대 시절의 '어떤 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블랙 북스(Black Books)'라는 이름의 드라마가 첫 방송되었다.
하단에 첨부한 링크, 그의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23년 3월 4일 저녁 딜런 모란의 스탠드업 코미디 콘서트가 열리는 공연장 입구
스탠드업 코미디 콘서트가 있었던 공연장의 외관 |
공연장 대기공간에 어떤 굿즈도 판매하지 않아 아쉬웠다. 심지어 공연 포스터도 스크린 속에서 잠시 보였다 사라졌다. 카메라를 켜고 그의 포스터가 비치는 타이밍을 기다려 몇 장 찍었지만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나에겐 이것이 최선이었다.
화면에 잠시 나타나고 사라지던 포스터 |
공연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딜런 모란의 공연소식을 알려주었던 남편의 친구가 표를 일찍 예매해 준 덕분에 감사하게도 무대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모두가 설레이며 딜런 모란을 기다리는 모습 |
(공연 중 사진 촬영이나 영상을 담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리고 투어 중인 관계로 공연내용을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블로그에 자세히 적지 않을 것이다.)
딜런 모란의 등장에 사람들은 한참 동안 환호를 그치지 않았다. 나도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50대에 접어든 그는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보다 연륜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이미지와 눈빛, 유머는 여전했다. 딜런 모란의 시니컬한 농담엔 왠지 모를 따스함이 있었다.
공연을 마무리하는 작별 인사에 몇 분 동안 환호와 기립박수를 끝낸 사람들이 하나둘 나갈 준비를 하는데, 그가 다시 무대로 나와 관객들에게 짧은 농담과 함께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했다. 결국 딜런 모란의 오랜 열성 팬인 남편과 친구는 물론 그의 여자친구와 나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딜런 모란은 공연 중 몇 번이나 "우리 모두에게 닥친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자"라고 말을 했었다.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그의 말에 감사하고 힘이 났다.
그동안 수많은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관람하면서 무대에서 실제로 보는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들을 만나는 두근거림과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친근함이었다.
그동안 공연장에서 만났던 스타/인물들 중, 나에겐 딜런 모란이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여전히 부스스한 헤어 스타일과 꾸밈없는 솔직함 때문일까? 공연의 끝을 아쉬워하며 한번 더 무대로 나와 우리에게 애정 담은 인사를 재차 건네던 그에게, 이렇게 만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Dylan Moran님,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