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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 Austria Museum of Military History, Heeresgeschichtliches Museum

전시주제에 맞춰 전시관의 내부가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3년만의 방문은 어리둥절할 만큼 변한 모습에 낯설었다. 뭔가 번쩍번쩍 으리으리했다. 그리고 놀랄만큼 세련된 전시물들의 배치와 동선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감탄을 거듭하는 사이,

2023년 4월 2일 일요일, 2019년 가을 이후 처음으로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HGM(Heeresgeschichtliches Museum) 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에 다녀왔다.


하루 전인 토요일 평소보다 일찍 기상한 나는 잠을 깨기 위해 (구)트위터 (현)X 앱을 열었는데, 팔로우하고 있던 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의 주말 가이드 투어 공지 트윗이 가장 최신으로 올라와 있었다. 하필 남편이 너무나도 좋아할 만한 이벤트!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당연했다.

서둘러 침실로 들어가 우리의 소중한 갈색 털복숭이 고양이와 머리를 맞대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코를 골며 주말의 여유로운 잠을 만끽하던 남편을 급하게 깨웠다. 평소 같았다면 조금이라도 짜증을 냈을 텐데 그날은 잠에서 깬 지 몇 초 만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남편의 얼굴에 웃음을 가득하게 만들었던 '그것', 다음날인 일요일에 있을 전차/탱크 주력전차인 M60에 대한 가이드 투어였다.

역사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남편, 특히 군사와 전쟁에 관련된 것들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에게 전차/탱크는 정말 소중한 것이다. 직업상 자주 유럽의 여러 나라로 출장을 가는데, 업무차 방문한 도시에 군사 역사박물관이 있을 경우 짧은 자유시간을 모두 박물관 견학에 쓴다.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남편은 우리의 첫 박물관 데이트로 나를 군사 역사박물관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5시간이 넘도록 지친 기색 하나없이 박물관 구석구석 한군데도 빠짐없이 설명하면서 그동안 축적해 온 지식을 자신 있게 꺼내 보였다.

'절대 잊을 수 없는 '한 오스트리아 남성과의 절대적으로 유익하고 교육적인 시간'

2019년까지 주말이면, 성당이나 교회를 가듯 빈에 위치한 수많은 박물관을 정기적으로 드나들었지만 박물관의 행사나 가이드 투어에 참여해 본 적은 없었다. 2000년부터 전 세계를 휩쓸었던 판데믹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는 2023년, 반가운 소식 덕분에 다시 박물관에 방문하게 되었다. 역시나 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으로 첫 스타트를 끊게 되었다.

4월 2일은 4월의 첫 번째 일요일로 오스트리아의 수많은 박물관이 그러하듯, 군사 역사박물관에 무료입장 및 관람이(특별 이벤트나 가이드 투어 제외) 가능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던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3년 만에 방문한 군사 역사박물관은 한층 말끔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마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추억과 반가움으로 마음이 설레었다.

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이 문을 여는 시간이 맞춰 도착한 덕분에 가이드 투어 시간 전까지 박물관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 / Heeresgeschichtliches Museum

위치 : Militärhistorisches Institut Arsenal, Objekt 1, Ghegastrasse 1030 Vienna

박물관 이용 가능 시간:
매일 오전 9시부터 - 오후 5시까지(오스트리아의 특별한 공휴일 제외) 
매월 첫번째 일요일 박물관 무료입장(가이드 투어 등 특별한 이벤트 제외)

출처 및 자세한 내용 확인: www.hgm.at(포스팅 하단에 링크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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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 내부 모습

전시주제에 맞춰 전시관의 내부가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3년만의 방문은 어리둥절할 만큼 변한 모습에 낯설었다. 뭔가 번쩍번쩍 으리으리했다. 그리고 놀랄만큼 세련된 전시물들의 배치와 동선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감탄을 거듭하는 사이, 어느새 가이드 투어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박물관 본관에서 나와 투어가 있을 전차/탱크 전시관 건물로 향했다. 우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길을 걸었다. 한층 더해진 설레임으로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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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가이드 투어 참여자들을 위한 첫번째 모임 장소

주력전차 M60 및 관련 전차 가이드 투어는 독일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직 독일어 B1 수준인 나는 모든 것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전쟁에 대한 내용이 언급될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가이드의 설명에 집중했다. 참여자 중 나만 아시아인이었는데, 가이드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혹시 나의 국적을 묻지 않을까 기대하며 머릿속으로 바쁘게 독일어로 어떻게 멋지게 한국과 본인을 소개할지 구상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전설적인 보디빌더이자 유명한 영화배우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군복무 시절 전차병이었다는 설명과 함께 그가 전차와 함께 찍은 사진이 모니터에 나오던 순간, 투어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침묵을 깨고 웃으며 반가워했다. 그 후 몇 번 더 한국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 '한국'이라는 단어를 들을때마다 긴장반 기대반으로 초조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를 소개할 순간은 오지 않았다. 


설명을 마친 가이드는 참석자 모두를 전차가 전시된 공간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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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전시실 내부

전차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은 가이드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 외에도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여러 가지 소리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가이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남편은 눈을 반짝이며 진지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가이드의 설명에 집중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도 차분히 설명을 들었는데 그들의 표정은 정말 신나 보였다.

주력전차 M60 외에도 전시관에 있는 대부분의 전자/탱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의 다리가 저려 올 때쯤 일정이 끝났다. 독일어가 서툰 나에게도 가이드가 오늘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준비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일정이 끝난 후에도 가이드와 사람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가이드는 피곤한 기색이 하나도 없이 참석한 사람들의 질문, 감사 인사에 모두 화답해 주었다.

사실 가이드님은 나이가 지긋하신 백발의 노인이었다. 첫 소개에서 곧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대학 전공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군사와 역사 분야, 그리고 이곳 군사 역사박물관 근무까지 평생 한길만 걸어오셨다고 했다. 그 분의 소개를 듣는 남편의 눈가에 금세 물기가 서렸다. 그리고 가이드님을 향한 존경을 담은 미소를 보았다.

예정된 투어 일정이 끝나고 한참 후에야 가이드님과 진짜 작별인사를 마칠 수 있었다.

남편은 내가 미처 알아듣지 못했던 것을 말해주며 가이드님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아직 역사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있을 가이드 투어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독일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정말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HGM/Heeresgeschichtliches Museum(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 Austria Museum of Military History)은 16세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오스트리아 군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무기, 차량, 군사 장비, 군사 기술은 물론 사진, 그림 및 문서 등의 기록물도 전시하고 있다. 120만 개가 넘는 유물을 보유한 HGM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 역사박물관 중 하나이다. 또한 오랜 기간동안 유럽에 큰 영향력을 보여주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도 다루고 있다.


홈페이지는 독일어와 영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구글 번역으로 한국어로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의 역사 등 다양한 정보는 물론 각종 일정 및 특별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다.

www.hgm.at


하단에 첨부한 사진에 보이는 Heeresgeschichtliches Museum은 1850년에서 1856년이라는 기간 동안 1억 7,700만 개의 벽돌을 사용해 완성되었는데, 실제로 보면 아름다운 디테일에 놀랄 것이다. 이 건물은 덴마크 출신의 Theophil Hansen(테오필 한센)의 주도로 지어졌다. 박물관은 31개의 벽돌 건물로 이루어진 병기창/무기고의 단지의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다. 병기창/무기고는 19세기 중반부터 대규모 군사 단지로 계획되었다. 또한 HGM(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은 비엔나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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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 본관

HGM(Heeresgeschichtliches Museum) 오스트리아 군사 역사박물관에 대한 모든 것을 이번 포스팅에 소개하는 것은(박물관의 엄청난 규모와 전시물들의 방대한 양으로) 본인의 능력 밖의 일이기에 간략히 적었다. 

앞으로 HGM을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나누어 포스팅하고자 한다. 멋진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본인의 독일어 실력도 하루빨리 향상해야 할 것이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