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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작아지고 어두운 그림자는 점점 커진다

어느덧 외국 생활을 하게 된 기간이 8년 차다.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살아봤다. 오스트리아는 유럽 생활에서 3번째 나라이자 이곳에서 현지인과 결혼 후 가장 길게 거주하고 있다.

2023년 07월 09일 오전 3:13

어느덧 외국 생활을 하게 된 기간이 9년 차다.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살아봤다. 오스트리아는 유럽 생활에서 3번째 나라이자 이곳에서 현지인과 결혼 후 가장 길게 거주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나라,오스트리아에서 살게 되었을 때 드디어 꿈을 이뤘다는 행복과 안도감을 얻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온갖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블로그를 개설해 놓고 오스트리아에서의 생활을 글로 수십 번 풀어냈지만, 다음날 삭제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감정을 꾹꾹 누르고 차분하게 글을 써도 늘 어둡고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결국 모든 글을 지우고 8개월 정도 텅 빈 블로그를 방문만 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삶과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감사하고 노력하는 그런 글들을 블로그에 쓰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고 마음공부를 하며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해도 절대 그들처럼 될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아닌 것은 어떤 것도 글로 풀어낼 수가 없다.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그동안 글을 쓰고 다음날 후회하며 지웠던 이유는 공개된 블로그에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우울해지거나 어두운 사람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사실 오래전, SNS를 통해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었다. 9살부터 작가가 되길 꿈꾸던 나는 진지했고 열정이 넘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글들은 즉흥적이고 서툴고 철이 없었다. 하지만 솔직했고 표현하고 표출함으로써 자유와 행복을 얻었다.

그러던 중 2011년부터 2012년, 내 인생을 뒤흔들었고 아직도 충격적인 어떤 일을 겪은 후, 심각한 자기 검열에 빠져 남들의 평가(+상상과 피해망상을 더한)가 두려워졌고 대인기피증에 걸려 숨기 시작했다. 삶을 부정하고 평가절하했다. 그래서 무언가 달라질까 기대하며 해외로 거주지를 옮겼지만, 마음을 치유할 수 없었다. 스스로 존재를 숨기고 사사건건 통제하는 외국 생활은 더 힘들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Green-Road
파란 하늘 그리고 푸르른 나무와 길

2023년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오늘을 기점으로 수년 동안 고민 속에 내린 '나'라는 정체성은 이제 바꾸지 않기로 했다. 내 안의 밝고 어두운 것들을 꾸미거나 억지로 필터링하지 않고 이곳에 풀어내려고 한다. 괜찮은 척, 깨달은 척, 감사하는 척하는 것이 더 큰 고통임을 깨달았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기록하고 존재를 드러내기로 했다.

하필 왜 오늘부터인가? 지금부터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오래전부터 앓고 있는 우울증에 곧 공황장애까지 추가해 결국 이른 시일 내에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을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이걸 기록하지 않는다면 삶을 낭비하는 것이다. 아직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