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오스트리아 빈의 풍경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은, 서울처럼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다.
중심부에서 원하는 장소들을 전철이나 트램을 타지 않아도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다. 모든 건물 안에 들어가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 때 빈 시내의 가볼 만한 장소들을 거의 다 구경했다고 볼 수 있다.
1.
빈에 거주하던 초반, 거리를 나설 때면 오래된 건물의 시대별 건축 양식을 구경하는 재미에 매번 심장박동이 느껴질 만큼 가슴이 설레었다. 지금도 시내 중심부의 풍경은 나를 매료시킨다. 가끔 믿을 수 없을 만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책과 사진에서 보았던 역사적인 인물들의 동상이나, 그들이 직접 머물렀음을 알리는 호텔이나 건물 등의 외벽에 설치된 안내문은, 몇번을 마주쳐도 새롭다. 박물관에 들어가 일일이 전시품을 구경하고 내용을 읽지 않아도, 어린 시절 소풍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곳곳에 숨겨진 발견의 즐거움 덕분에 오스트리아가 가진 역사를 느낄 수 있다.
나에겐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공원에서 솜사탕을 들고 축제 분위기의 장소를 걸으며 어떤 놀이기구를 탈지 설레하는 기분을 갖게 한다. 멋진 풍경과 더불어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인다. 코로나 팬더믹 이전에는 사시사철 여행객들로 모든 장소가 붐볐다. 그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가이드들을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며, 이곳에 살고 있는 거주자로서의 여유를 만끽하기도 했다.
2.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꼽으라면, 노부부 그리고 그들의 옷차림이다. 특별히 유행을 타지 않지만 그래도 각각 시절이 묻어있는 복장이라고 할까?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의 의복에서 그걸 알아차릴 수 있다. 오래된 의복일 경우에도 정말 관리가 잘 되어있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있다. 우리가 현재 입는 의복은 동양사람들에겐 서양 복식이다. 이곳에선 그들이 원래부터 입던 의복들이다. 시대를 거치며 변화하고 다듬어졌다. 그러니 서양사람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곳의 노부부들은 꼭 손이나 팔짱을 끼고 있다. 어쩜 그렇게 서로가 정답고 미소가 서려 있을까? 꼿꼿한 자세의 걸음걸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분들이 살아온 세월을 감히 상상하게 된다. 아내를 멋지게 에스코트하며 걷는 모습을 보면 내가 더 로맨틱한 기분에 빠져든다. 그분들이 젊었을 땐 얼마나 멋있었을지 내 마음이 더 설렌다. 가을엔 트렌치코트, 겨울엔 긴 울코트 그리고 거기에 멋진 모자와 머플러!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그리고 신혼 초, 우리는 빈 시내를 지겹게도 걸어 다녔다. 건물들만 봐도 너무나 행복해하고 탄성을 질러대는 한국에서 온 여자친구이자 아내인 내 모습에 남편은 재미있어했다. 오스트리아 그리고 빈에서 태어난 그에겐 어떤 것도 새롭거나 놀랄 일 없는 일상이지만, 그의 아내가 길만 나서도 호들갑을 떨며 행복해하는데 어찌 같이 걸을 수 없지 않겠는가?
비엔나 시청이 보이는 풍경 |
키가 큰 멋진 노신사가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걷는 모습,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남편의 손을 꼭 잡고 "멋지게 나이 들자,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꼭 저렇게 손잡고 다니자"라고 말을 한다.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 지으며 반대의 의사를 나타냈지만, 유럽의 거의 모든 커플이 손이나 팔을 잡고 다니니 나의 요구를 결코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가끔 나와 남편은 차려입고 외출한다. 훤칠한 키에 드넓은 어깨를 가진 남편의 멋진 옷차림, 오스트리아의 풍경처럼 보면 볼수록 정말 멋있다. 연애 초반의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그럴 때면 왠지 더 설레어 그의 팔이나 손을 더 힘주어 잡게 된다.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언제나 서로에게 다정한 부부로 살아가고 싶다.
멋지고 웅장한 시내 중심의 아름다운 거리에서 사람들이 우릴 볼 때 멋있어 보이길, 그리고 그들의 기분도 즐거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