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Liebes Tagebuch! Click

엘프리데 옐리네크 영화 기록물 Elfriede Jelinek - Die Sprache von der Leine lassen

2007년,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Elfriede Jelinek Die Klavierspielerin를 읽게 되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어느 토요일 이른 오후였다. 다음 날 새벽 3시 즈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허기를 느끼거나 졸음을

2007년,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Elfriede Jelinek - Die Klavierspielerin)를 읽게 되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어느 토요일 이른 오후였다. 다음 날 새벽 3시 즈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허기를 느끼거나 졸음이 몰려와 하품할 새도 없었다. 심지어 물도 한잔 마시지 않았다. 몇 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있던 탓에 다리가 무거워짐을 느낄 즈음 책의 뒤표지가 책상에 놓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방 안, 독서등 불빛 속에 빛나고 있던 그 소설. 나는 그것을 끌어안고 해가 뜰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얼마나 울었던가, 책상 앞의 창문을 열었다. 아직 회색빛의 스산한 이른 아침의 바람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책을 안고 일어서 창문 밖 풍경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외마디의 웃음소리, 가슴속의 책은 눈물에 젖었다. 물기를 머금은 책은 찬 공기로 금세 차가워졌다.

한 번은 꼭 오스트리아에 가겠다고,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라도 오스트리아에 가보겠다고 가슴과 머리에 깊이 새겼다.

한국어로 번역된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모든 작품을 샀다. 읽고 또 읽었다. 인터넷으로 그녀에 대한 모든 정보를 찾아 스크랩했다.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오스트리아를 유독 좋아했던 나였다. 오스트리아에 관련된 모든 것은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나였다. 그런데 오스트리아는 여전히 나에게 새로운 것을 선보였다. 어쩜 이럴 수가!

엘프리데 옐리네크를 알게 된 후 오스트리아는 하나뿐인 운명이 되었다.

비극과 고통이 가득한 그녀의 소설들은 가슴을 후벼 파고 절망에 몰아넣으며 눈물샘을 자극했다. 어느새 그녀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소설 속 여자 주인공들이 마치 '나' 같았다.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실제 삶도 나와 비슷하다고 공감했다. 철저한 통제와 억압 속의 삶, 그 속에서 피어난 엄청난 예술혼.

그녀가 태어나 성장하고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에 꼭 가야만 했다.

7살부터 소망했던 나의 엄마가 사망한 나이와 날짜에 맞춰 삶을 마감하는 것, 오스트리아에서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관광의 목적이 아니었기에 일부러 오스트리아에 여행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때'가 오면 난 자연스럽게 그곳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루도 엘프리데 옐리네크를 잊은 적이 없다.

30대에 우연히 유럽의 몇 나라를 떠돌며 직장생활을 했다. 오스트리아까지는 기차나 버스로 몇 시간이면 오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오스트리아에 가지 않았다. 몇 달, 그리고 몇 년이 흘러 어느덧 '그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유럽에서의 직장생활을 그만두었다. 그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중략)


나는 현재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다. 오스트리아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엘프리데 옐리네크'가 얼마나 훌륭한 예술가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첫 데이트를 하던 날, 그에게 '엘프리데 옐리네크'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놀란 얼굴로 내게 어떻게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지 물었다.

결국 우리는 결혼했다. 그는 결혼 1주년 선물로 나에게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모든 책을 선물했다. 독일어로 된 원서, 책 표지를 만지는데 곧 심장이 멎을 듯 빠르게 뛰었다. 언젠가는 원서 그대로 읽고 (한국어판으로 읽고 느꼈던)'그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2022년 11월, Elfriede Jelinek - Die Sprache von der Leine lassen를 보러 극장으로 향했다.

그동안 엘프리데 옐리네크 관련해 여러 행사가 있었지만 독일어를 못하는 나에겐 정말 무리였다. 그래서 한 번도 참석하거나 관람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영상물로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어 꿈만 같았다.

Die-Sprache-von-der-Leine-lassen
Elfriede Jelinek - Die Sprache von der Leine lassen in Cinema

판데믹 속 그녀의 영화/영상물을 만나게 된 것은 오래전, 한국에서 그녀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고 주체할 수 없던 가슴속 무언가를 다시 상기시켰다.

Elfriede-Jelinek-Poster-Picture
Elfriede Jelinek - Die Sprache von der Leine lassen Poster

Elfriede Jelinek - Die Sprache von der Leine lassen은 그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시점부터 시작한다.
실제 그녀의 삶의 이야기는 물론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 및 그녀를 향한 평가 및 비난등의 영상들을 모두 엮어 만들어진 영화 - 기록물에 가깝다.

사실 Elfriede Jelinek에 대한 사회 및 평단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하단의 링크는 Elfriede Jelinek - Die Sprache von der Leine lassen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Teaser영상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어로 되어 있지만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https://www.polyfilm.at/film/elfriede-jelinek/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에 대해 개인적인 관점에서 풀어내고자 한다.

한 가지 미리 이야기하자면, 나는 엘프리데 옐리네크를 전혀 모른 채로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Elfriede Jelinek - Die Klavierspielerin)'를 읽었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