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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랑하는 피자 레스토랑. Pizzeria Mafiosi, Wien Austria

이 레스토랑은 남편의 김나지움 재학시절부터 친구들과 자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추억의 장소이다. 비엔나의 피자 레스토랑 중 가장 크고 저렴한 피자로 유명하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토핑한다.

어느 주말 느지막한 오전, 나와 남편은 차를 타고 Wien Westbahnhof로 향하는 중이었다.

역 맞은편에는 Mariahilfer Strasse라는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유명한 쇼핑거리 / 구역이 있는데, 그래서 잠시도 한가할 틈이 없는 복잡한 곳이다. 차를 가지고 이동할 경우 막히는 도로에서 정체되는 것은 물론 비싼 주차요금을 지불할 마음이 있어도 주차마저도 쉽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우린 매번 U-Bahn이나 Strassenbahn을 이용했고, 산책 삼아 걷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

하지만 그날은 Wien Westbahnhof 건물 안의 어떤 상점에 온라인으로 주문해 두었던, 부피가 큰 물건들을 픽업하는 날이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탓에 그곳까지 직접 운전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모든 것들을 싫어하는 남편의 얼굴엔 날씨처럼 그늘이 가득했다. 그리고 일부러 여기저기 좁은 골목의 길로 운전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골목은 한산했다. 그런데, 못 말리는 길치인 나에게도 뭔가 낯익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남편에게 여기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남편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우리가 가끔 걷던 곳이라며 조금 수수께끼 같은 대답을 했다. 차로 이 골목에 들어선 것은 처음이었던 나, 잠시 후 반가움이 터져 나왔다.

"아! 여기 당신이 좋아하는 피자레스토랑 골목이네! 오랜만이다!"

"차를 가지고 나와서 주차 때문에 집에 가는 길에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은 어렵지만 피자가게가 잘 있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이 골목으로 들어와 봤어."라고 말하는 남편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택가에 위치한 로컬 이탈리안 피자레스토랑이기에 유럽에서 흔한 가변주차를 한 차들로 좁은 골목길은 주말이면 더 복잡하다. 남편은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들을 신경 쓰느라 옆을 살필 여유가 별로 없었다. 나도 반가움에 이곳저곳을 살피느라 레스토랑이 있는 위치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운전석 방향에 있는 피자가게를 거의 지나칠 뻔했다. 잠시 눈을 맞춘 순간 늘 사람들로 분주해야 할 레스토랑의 입구가 굳게 닫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하얀 종이 한 장에 무언가가 쓰여있었는데 거리상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다.

"어? 여기 문 닫은 거 아니야? 왜? 갑자기!" 남편의 목소리가 조금 격양되었다.

운전하는 남편보다 시선을 고정하는 것에 여유가 있던 나는 종이에 쓰여있던 뭔가를 어렴풋이 유추할 수 있었다.

"레스토랑이 이전한 것 같은데? 화살표 3개가 길게 그려져 있어! 걱정하지 마, 문 닫은 거 아닐 거야." 남편을 안심시켰다.

그렇게 복잡한 길을 돌고 돌아 목적지에 도착했고 물건을 수령했다. 주차 공간을 찾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리고 비 오는 날 역 안에 가득 찬 사람들로 인해 지쳐버린 남편은 가장 빠른 길로 귀가하는 것을 택했고 그렇게 집에 왔다.

"차만 아니었으면 식당 문 앞에 가서 확인해 보는 건데 아쉽다."라고 남편은 아쉬워했다.

"걱정 마! 분명히 화살표가 그려진 것을 봤어. 언제 주말에 시간 나면 직접 가보자." 나는 남편을 위로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주 후 금요일 오후가 되었다. 남편이 토요일 그 피자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판데믹 이후 외식이 뜸해졌던 우리에게 뭔가 설레는 계획이 되었다. 남편이 레스토랑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소가 바뀐 것은 아닌지 확인했다. 그런데 주소를 문자로 기록해 두고 가던 레스토랑이 아니었던 탓에 무엇이 바뀐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토요일 레스토랑이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가보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토요일 오전 10시 20분, 우리는 많이 서둘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내가 종이에서 봤다던 화살표가 맞다면 레스토랑이 이전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날씨는 흐렸지만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다. 궁금함을 해결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이게 웬걸! 레스토랑이 있는 방향의 인도로 걷다가 이전했다는 레스토랑의 간판을 발견했다.

겨우 10에서 많아야 20 발자국쯤 떨어진 곳, 피자 레스토랑은 기존 장소의 바로 옆 건물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아니 이게 뭐야! 바로 옆이었네!"라고 말하는 남편, 말투가 조금 거칠었지만 그의 얼굴은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내가 뭐랬어!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 화살표가 바로 여기였네!" 나는 과장된 말투로 남편에게 농담을 했다.

"하하하, 진짜 다행이다." 우린 크게 웃었다.

오픈 5분 전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기존의 레스토랑과 이전한 장소를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이미 영업을 시작한 모습이었지만 일부러 기다렸다. 그리고 오전 11시 정각에 레스토랑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이 레스토랑의 이름은 'Pizzeria Mafiosi'이다. 남편은 이곳을 김나지움 재학시절에 알게 되어 친구들과 자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추억의 장소다.

http://pizzeria-mafiosi.at
(홈페이지 주소의 시작이 'https://'가 아니고 'http://'인 점 알려드립니다.)

Pizzeria-Mafiosi
남편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피자 레스토랑

맛은 물론 가격이 정말 저렴해서 당시 주머니가 가벼운 10대와 20대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곳이라고 했다. 한참 활동성이 높아지고 빠르게 성장하는 나이대인 10대 청소년기부터 20대 초중반까지, 특히 남학생들에겐 커다란 피자 각 1판도 모자를 때가 아닌가!

남편은 한창때 이곳에서 피자 2판을 기본으로 해치웠다며 그때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매일 학교에서 만나 같이 공부하고 웃고 떠들던, 당차고 장난기가 가득했던 학창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꿈만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래서 Pizzeria Mafiosi는 자신에게 중요한 장소라고 했다. 이 레스토랑이 절대 문을 닫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존 레스토랑이 자리한 건물이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게 되어 공사가 끝날 때까지만 이곳에서 운영한다고 했다.

기존 장소보다 규모가 작아졌지만 내부가 밝고 깔끔했다. 나무로 마무리한 인테리어가 왠지 정겨웠다. 우리가 첫 손님 이어서일까? 주문한 피자를 받았는데 뜨겁다고 느낄 정도로 갓 완성된 피자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멋지게 어우러진 재료들의 향에 매료되었다. 이탈리안 피자라서 얇아 보이지만 토핑이 가득하고 특히 도우가 정말 맛있었다.

Pizzeria-Mafiosi-Pizza
먹음직스러운 맛있는 피자의 모습

Pizzeria Mafiosi는 1990년 2월 4일에 처음 문을 연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오스트리아 빈 15구 Reindorfgasse 7에 위치해 있다(현재는 바로 옆으로 이전했다).

비엔나의 피자 레스토랑중 가장 크고 저렴한 피자로 유명하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토핑한다. 그래서인지 맛이 정말 훌륭하다. 판데믹 이후 전 세계의 물가가 올라 당연히 이곳도 음식가격이 인상되었다. 그럼에도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하다.

2017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가격 인상 전)이 가격으로 팔면 피자 원재료 구입비 충당을 할 수 있는지 남편에게 물었을 정도로 깜짝 놀랄 맛과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자부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비엔나에서 먹어 본 이탈리아 피자 중 가장 맛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가격 인상후) 작년 여름 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을 때, 우린 이곳 사장님에게 왜 더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는지, 손해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사장님은 그저 "하하하" 하고 환하게 웃으셨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