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Liebes Tagebuch! Click

우리의 고양이 이야기 세번째

매주 일요일 오후시간 봉사에 고정적으로 참여했다. 오전에는 '어느 장소'에 꼭 방문해서 시간을 보내다가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 후 동물보호소로 차를 향했다. 그곳은 봄에 일어났던 슬픈 일을 상기시키는 곳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가을이 왔다.

매주 일요일 오후시간 봉사에 고정적으로 참여했다. 오전에는 '어느 장소'에 꼭 방문해서 시간을 보내다가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 후 동물보호소로 차를 향했다. 그곳은 봄에 일어났던 슬픈 일을 상기시키는 곳이었다.

1.
코로나 사태로 주 5일을 재택근무를 하던 남편, 결혼 이후 집에서 살림하고 공부하는 게 전부인 나, 24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고 슬픈 일도 같이 겪었다. 우리는 밤낮구분 없이 감정이 솟구칠 때면 울고 또 울었다. 그럼에도 일요일 오전에 그곳에 들르는 것을 빼먹거나 다른 곳을 방문하는 일은 생각지도 않았다. 남편의 자동차와 나의 가방 속엔 언제나 많은 양의 티슈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날도 오전엔 그곳에서 펑펑 울다가 봉사활동 시간에 맞추어 동물보호소에 도착했다. 티슈로 닦고 마스크를 써도 빨개지고 부은 눈은 가릴 수 없었다. 고양이 구역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은 우리가 왜 동물보호소의 고양이 구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다. 일요일 오전에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있다. 봄이 끝나던 시점부터 가을이 완연히 느껴지는 계절까지, 일요일이면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봉사활동에 임하는 우리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

늘 그렇듯 30분 일찍 도착한 우리, 평소 직원들이 주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잠시 휴식하며 오후 근무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자주 간식거리들을 사들고 가서 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사무실에는 늘 보호소에 있는 동물병원에서 큰 수술을 마치고 처치 및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고양이나 2~3시간마다 수유 및 배변유도가 필요한 아주 어린 고양이들이 인큐베이터에 머물고 있다. 직원들은 휴식시간에도 사무실에서 앉아 쉴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면 우리가 대신 사무실 고양이들을 돌봤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고양이들을 케어하는 방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2.
복도 끝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두 명의 직원들에게 우리가 왔다고 인사하는데 크게 손짓하며 유난히 반갑게 맞아준다.

"오늘 정말 바쁜데 이렇게 일찍 와주셔서 고마워요. 저희를 좀 도와주세요. 오늘 오후 입양 가기로 정해진 고양이들이 있어서 챙기고 있는데,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까지 방문해서 복잡해요.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1번부터 8번까지의 방에 안내해 주시겠어요? 고양이들 모두 사람들과 친화적이고 건강해요, 고양이들을 직접 볼 수 있게만 해주세요. 각 방에 들어가기 전에 손 소독하는 거, 고양이가 사람에게 다가가기 전 먼저 접근하거나 만지지 않도록 공지해 주시고 문단속하는 거 잊지 마세요."

남편이 열쇠를 받아 들고 건물 로비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순서대로 안내했다. 자녀와 함께 온 가족, 젊은 부부들이었다. 고양이 구역의 모든 방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하루종일 개방하는 안전망이 설치된 넓은 실외공간이 있다. 자유롭게 뛰어노는 고양이들, 보호소를 방문하는 누구나 외부에서도 고양이들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구조라서 입양희망자들은 이미 어느 방에 들어가고 싶은지 정해 둔 상태였다.

독일어가 서툰 나는 해당하는 방의 문 앞에 수납된 깃털이 날린 막대나 낚시대등을 들고 들어가 고양이들과 놀아주면서 입양 희망자들이 고양이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고양이들은 모두 활달하고 친화적이라서 장난감과 함께 열심히 놀았다. 일부는 이미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친근함을 표시했다. 남편은 독일어로 유머스럽게 이것저것 설명을 하는 듯했다.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호감 받는 남편의 첫인상과 친절하고 따뜻한 목소리는 방문한 사람들 모두를 금세 웃게 했다.

3.
마지막 팀이 끝나갈 무렵 직원 한 명이 고양이 방에 들어왔다. 방문자들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그들은 건물 로비로 향했다. 건물에 마련된 입양사무실에 가서 오늘 방문한 입양희망자들과 고양이 입양에 대한 진짜 대화를 할 것이다. 바쁜 일을 마치고 방 밖에서 우리를 보고 있던 나머지 직원 한 명이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남편은 어깨를 으쓱이며 독일어로 무언가를 말했고 나도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우리 세명은 '하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다.

직원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 이미 직업교육을 통해 잘 훈련되어 있다. 각 동물들의 성격, 음식취향, 생활패턴, 조심해야 할 점, 독립적인지 의존적인지, 사회성은 어떤지, 건강 상태 등 세세하게 파악해서 기록한다. 많은 사람들이 입양을 지원하는데, 동물보호소의 규정에 따라 엄격히 선별되어 동물들과 사람들의 인연이 맺어진다.

곧이어 우리는 평소에 하는 봉사활동의 업무로 돌아왔다. 갑자기 고요해진 고양이 구역의 공기, 적막이 흘렀고 잠시 쓸쓸해졌다. 한숨 돌린 직원도 일주일 동안 있었던 고양이 구역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며 먼저 살펴야 할 고양이 방으로 안내했다. 일주일에 한 번 봉사활동을 하는 우리에겐 일요일마다 달라진 모습에 놀라는 일이 많다.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많은 고양이들이 잠시 머물다가 입양되어 떠난다.

보호소이니 동물들이 짧게 머물수록 좋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4.
사람만 좋아하고 다른 고양이들과는 어울리지 못하는 '회색고양이 한 마리'. 결국 한 두 마리만 수용할 수 있는 작은 방에 격리된 고양이를 보살피는 것이 그날 우리의 첫 업무의 시작이었다. 두 번째 보는 고양이라서 기억하고 있었다. 오직 사람만 좋아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사람 곁에 있어야 하는 하는 성격,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소리 내어 우는 고양이.

처음 이 회색고양이를 만났던 날, 단체방 한구석에 몸을 잔뜩 낮추어 웅크린 채 복도까지 크게 울리도록 소리 내 울고 있었다. 보호소에 온 지 고작 이틀째, 주인인 노부인이 사망했고 남은 가족들이 거둘 수 없어서 맡겨졌다고 했다. 우린 그 방에 들어가 오래 머물렀었다. 울음을 멈추고 남편의 무릎에 번갈아 앉아 쓰다듬어 달라고 작게 소리를 냈다.

'14살의 회색고양이', 그날 밤 남편은 눈물을 조금 더 많이 흘렸었다.

another-gray-cat
동물 보호소에서 만났던 14살의 예쁜 회색 고양이

5.
방으로 안내해 준 직원은 우리와 함께 회색 고양이 앞에 앉았다. 고양이는 구슬프게 소리 내어 우는 것을 멈췄다. 우리를 기억하는 듯 반갑게 안겼다. 내 무릎에 먼저 앉았다. 눈을 맞추며 열심히 그리고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남편은 혹시 다른 문제가 있어서 격리된 것은 아닌지 물어보았다. 직원은 미소 지으며 크게 울어서 격리되기도 했지만 다음날인 월요일에 입양될 거라고 했다.

가족구성원 중 한 명이 집에 상주하기 때문에 외롭지 않을 거라고 했다. 고양이 입양을 위해 보호소에 방문해 둘러보던 중 이 고양이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굳은 약속으로 입양을 신청했고 결정되었다고 했다. 기쁜 소식,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남편은 자신의 무릎으로 올라온 고양이를 보며 축하한다고 고양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고양이는 한결 더 우렁차게 가르랑거렸다.

6.
우리의 모든 사연을 아는 직원은 "이곳에 봉사활동을 한지도 몇 개월이 흘렀는데 유난히 마음 가는 고양이는 없으세요? 한 마리 입양하는 건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잠시 침묵했던 우리는 "말씀 감사하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동물이라도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나마 고양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저는 이탈리아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몇 년간 수의사를 하다가 얼마 전 오스트리아로 이주했어요. 최근에 필요한 독일어 어학 조건을 갖추게 되어서 오스트리아의 큰 동물병원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기다리고 있어요. 구직기간 동안 이곳에서 잠시 일하는 중이에요. 이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두 분이 얼마나 동물을 사랑하는지, 선한 분들인지 알 수 있어요. 수의사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것이니 믿으세요. 그리고 만약에 두 분이 고양이를 키우게 된다면 그 고양이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거예요."

직원의 말에 우리는 많이 놀랐다. 그녀의 격려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다른 직원과 달리 독일어가 서툰 나에게 항상 영어로 말해주던 정말 친절했던 직원이었다. 그녀가 근무하는 일요일이면 아무리 바빠도 우리가 일하는 방에 들러 작은 대화를 하곤 했었다.

"말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국인인 나, 몇 년 동안 해외에서 살고 있지만 고개 숙여 공손히 인사하는 것을 절대 고칠 수 없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