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Liebes Tagebuch! Click

우리의 고양이 이야기 두번째

결혼 전 우리가 데이트를 시작했던 초반, 길을 걷고 있을 때 주인과 산책하는 개와 강아지들 중 열에 아홉은 그를 보고 반가운 듯 주인이 잡은 리드줄까지 끌어당겨 다가와 인사를 했다. 몸까지 낮추고 꼬리를 격렬하게 흔들며 반갑다는 표시를 했다.

남편의 별명은 '드루이드'이다.

1.
결혼 전 우리가 데이트를 시작했던 초반, 길을 걷고 있을 때 주인과 산책하는 개와 강아지 중 열에 아홉은 그를 보고 반가운 듯 주인이 잡은 리드 줄까지 끌어당겨 다가와 인사를 했다. 몸까지 낮추고 꼬리를 격렬하게 흔들며 반갑다는 표시를 했다. 몸집이 큰 개들은 상체를 들어 올려 그의 어깨를 잡고 안았다.

자신의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길 바라며 손에 머리를 가까이 대고 온갖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덕분에 우리는 물론 개와 강아지의 주인들까지 초면에 박장대소하며 웃거나 간단한 스몰토크까지 하며 길에 잠시 멈춰서는 일이 많았다. 그 이유 때문일까? 그래서 남자친구였던 이 남자와 결혼까지 하게 된 것 같다. 사람과 동물을 뛰어넘는, 마구마구 뿜어내는 그가 가진 따뜻함에 이끌려서 말이다.

2.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어떤 동물도 키우지 않았다. 다만 친구들의 여름과 겨울 휴가를 이유로 자신들의 고양이를 일정기간 맡아달라는 요청에 정성을 다해 돌봐주곤 했다. 대다수의 유럽인들은 휴가기간에 다른 나라를 방문한다. 자동차로 몇 시간만 운전해도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지들이 주변 국가에 사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여기저기 장소를 바꾸어 여행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 이유로 길게는 10여 년이 넘게 매 여름과 겨울, 2번씩 그의 집에 정기 방문을 하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는데, 집에 도착하면 당연하다는 듯 그의 다리를 맴돌며 인사를 하고 가르랑거렸다. 몇 달의 공백에 대한 낯가림도 없이 바로 배를 드러내놓고 코를 골며 자곤 했다.

그래서, 남자친구였던 그의 집에 방문하면 '그 고양이'는 언제나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렇게나 동물을 좋아하는 그, 왜 동물을 키우지 않냐고 물었다. 친구들의 부탁으로 이미, 길게는 10년 넘게 정기적으로 돌보는 고양이가 있는데 자신이 고양이나 개를 키우면 친구들의 고양이들이 불편해하지 않겠느냐는 이유였다. 이런 사람을 내 인생에서 처음 만났다. 그래서 낯설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대답은 정말 멋있었다.

our-gray-cat
회색 수트를 입은 멋진 신사 고양이

3.
전 세계 동시에 일어난 코로나 사태로 혼란스럽던 2020년 어느 봄날, 우리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어떤 일'까지 겪어야 했다.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회복이 힘들었다. 갑자기 남편은 내가 몇 년 동안 건의했던 '동물보호소의 봉사활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틀 후, 동물보호소에서 직접 방문해 간단한 인터뷰를 하자는 답장을 받았다. 락다운임에도 대면인터뷰는 중요했고 코로나 사태로 많이 줄어들었던 봉사자들을 다시 확보하는 것도 중요했다. 다행히 이미 '제한적인 락다운'으로 완화되어 봉사신청이 받아들여졌고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에 오기 전, 직장생활을 했던 유럽의 다른 두 나라에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고 감사했었다.

오스트리아는 그것의 결정체라고 할까? 동물보호소의 관리자와의 인터뷰까지도 참 인상 깊었다.

인터뷰를 위해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보호소 건물의 바깥과 안을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도록 환경이 잘 꾸며져 있었다. 우리가 차를 주차한 후 건물의 입구를 향하는 길목부터 사무실 안에 안내되었을 때까지, 남편은 동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특히 고양이들은 모두 남편을 보기 위해, 햇빛을 쬐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밖에 널찍하게 설치된 철망 앞까지 뛰어나와 남편에게 인사를 했다.

4.
사무실 안의 두 마리의 개는 우리가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마자 털로 복슬복슬한 꼬리를 흔들며 경쟁하듯 남편에게 뛰어와 인사를 했다. 나에게도 행복한 몸짓으로 쓰다듬어 달라는 듯 머리를 들이밀었다. 남편은 커다란 몸집의 두 마리의 개의 안김에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사무실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관리자와 첫인사를 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인터뷰 시간이 예약되어 있었기에 우리가 누구고 왜 사무실에 방문하는지 그가 알고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우리 모두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관리자는 사람들에게 친화력이 뛰어난 두 마리의 개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이렇게 열렬히 환영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인터뷰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이미 두 마리의 개가 우리를 합격시켰다고 환하게 웃었다.얼굴의 절반이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미소로 가득했던 20여분 정도의 인터뷰가 끝났다. 관리자는 보호소의 봉사자가 되어준 것에 감사하고 환영한다고 악수를 청했다.

마스크에 안경까지 쓴 남편의 얼굴, 감사하다고 말하는데 입김 때문에 안경에 김이 서렸다. 활짝 웃는 남편의 얼굴인데 뭔가 진지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