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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양이 이야기 첫번째

대망의 주말, 동물보호소 봉사활동의 첫날이 밝았다. 오후 스케줄임에도 남편과 나는 평소보다 일찍 기상해 아침식사도 든든하게 마쳤다. 예약된 시간보다 2시간 일찍, 비장한 마음으로 동물보호소로 향했다.

대망의 주말, 동물보호소 봉사활동의 첫날이 밝았다.

오후 스케줄임에도 남편과 나는 평소보다 일찍 기상해 아침식사도 든든하게 마쳤다. 예약된 시간보다 2시간 일찍, 비장한 마음으로 동물보호소로 향했다. 자동차로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 여름이 가까워짐에 기분이 날아갈 듯 들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무엇이든 즐겁게 하자고 서로의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보호소에 도착했다. 안내 데스크의 직원들에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들에 안내에 따라 몇 가지 서류를 작성했다. 곧 시간기록카드 및 봉사자로 정식 등록되었다는 서류를 발급받았다. 직원은 누군가를 호출했고 호출받은 직원은 미소로 악수를 청했다. 서로 통성명을 한 뒤 직원을 따라 고양이 구역으로 안내되었다. 봉사활동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날 남편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던 장소에 다시 들어섰다.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이번엔 긴 심호흡을 했다.

직원은 친절하게 고양이 구역의 모든공간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고양이의 건강상태 및 성격 및 성향에 따라 크게 4군데로 나눠진 구역을 둘러보는데 그 규모가 상당했다. 오스트리아의 동물복지 및 보호제도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문화에 큰 감명을 받았다. 오스트리아의 모든 동물보호소는 동물이 입양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야생성이나 트라우마등으로 입양이 불가능한 동물은 그들이 자연스럽게 생을 마칠 때까지 보호소에서 책임지고 끝까지 돌본다고 했다.

보호소 자체에 동물구조 및 응급상황시 필요한 차량들이 24시간 대기하고 보호소 안에 동물병원을 운영해 수의사 및 의료진이 상주해서 치료가 필요한 동물들에게는 모든 의료적 지원을 다 한다고 했다. 역사와 자부심, 전문성에 감탄했다.두 명의 직원, 그리고 나와 남편 둘 뿐이었던 그날(코로나 사태로 인해 봉사자의 수가 많이 줄은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안내받은 사무실에 들어와 그들이 마지막 설명을 마치자 나와 남편은 감사인사를 하며 박수를 쳤다. 우리 4명은 다 같이 웃었다. 우린 최선을 다하겠다고 어떤 일이든 맡겨달라고 말했다.

직원은 고양이 구역 봉사는 대부분 여성이 지원하는데 남성인 남편이 지원해서 고맙다고 했다. 남편은 팔을 걷어 그동안 잘 단련한 커다란 근육을 보여주며 힘을 써야 할 일이 생기면 기꺼이 하겠다고 터프한 목소리로 말을 했고 이번엔 여성인 2명의 직원과 나, 3명의 여성이 고양이들이 놀라지 않을 낮은 소리로 남편을 향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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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어느 멋진 곳,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구역

우리가 일할 구역과 임무가 정해졌다. 

초보 봉사자인 우리에게 입양이 가능한 고양이 구역이 배정되었다.

1. 모든 방의 고양이들이 사람들과 더 친화적이 될 수 있도록 놀아주고 말을 걸어주고 쓰다듬어주고 안아준다.
2. 담요나 천으로 만들어진 고양이 물품의 위생상태를 수시로 확인, 필요할 경우 바로 교체한다.
3. 정해진 시간이 되면 모든 고양이 방을 들러 눈에 띄는 더러움 및 화장실을 청소한다.
4. 식기를 모아 세척하고 깨끗한 물과 저녁식사를 챙겨준다.
5. 모든 고양이들의 활동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상이 감지될 경우 직원에게 바로 알린다.

임무의 주어짐과 동시에 고양이 구역의 세탁실, 음식 및 간식 창고, 음식을 준비하고 식기등을 세척하는 주방, 고양이를 위한 가구와 침구류 등이 정리된 각각의 공간을 둘러보고 출입을 허락받았다. 많은 기업과 단체, 개인이 후원하고 기부한 엄청난 양의 식품 및 물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세탁실과 주방의 위생상태도 훌륭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감동이 몰아쳤다. 행복했다. 너무나 감사했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